[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40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40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1.0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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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장 3. 기녀(妓女)를 추천하다
“장군! 어서 소관을 죽여주십시오, 어서!”

안색이 벌겋게 달아오른 제갈 부관이 땅을 내리치듯 하며 시민을 재촉했다. 튀어 나온 광대뼈 위로 흘러내리는 것은 틀림없는 눈물이었다. 그로선 정말이지 더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호의를 베풀어준 것에 대한 배신감도 그렇거니와, 군인의 길을 가는 사내대장부로서 그토록 모욕적인 언사를 참아내기는 어려웠다.

“그만 일어나서 돌아가라. 네 뜻은 충분히 알았느니.”

시민은 엎드린 제갈 부관의 등을 두드려주며,

“자네는 나보다도 몇 배 사내다운 사람이야. 용기와 기백도 뛰어나고 생각하는 깊이도 남 달라. 나 같으면 자네처럼 이런 일을 절대 하지 못해. 내가 진정 훌륭한 참모를 두어 날아갈 듯 기쁘다네.”

제갈 부관이 더욱 머리를 조아리며 간곡하게 고했다.

“소관이 관기 홍여를 장군께 데리고 온 까닭은, 그 신분을 떠나 홍여의 인물 됨에 감복 받아서입니다. 부디 내치지 말아 주십시오. 장군께서 저런 기녀를 가까이 두신다면, 장군만이 아니라 온 고을 백성들에게도 크나큰 도움과 복이 되리라는 일념에서…….”

두 사람 대화를 듣고 있던 홍여도 울먹이기 시작했다.

“벌을 받아 마땅할 쪽은 쇤네이옵니다. 거짓으로 일관한 죄인이옵니다. 실토컨대, 감히 부관님을 나무라듯 한 것은 이년의 본심이 아니옵고, 한밤중에 느닷없이 찾아온지라 장군님 뵙기가 하도 낯간지러워 그랬던 것이옵니다. 그러니 이년의 목을 베시옵소서!”

시민이 고개를 천천히 흔들며,

“너 자신도 왜놈들 총칼에 죽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임을 모르지 않는다. 나 또한 마찬가지니까. 나라와 운명을 함께하기로 한 우리는 모두가 언제 죽을지 모를 사람들이다. 하지만 또 끝까지 살아남아야 할 사람들이기도 하다.”

막사 천막을 바람이 한 번 흔들고 지나갔다.

“그러하니, 이 밤이 마지막 밤은 아니다. 내일, 모레 그리고 그다음, 다음 날에도 오늘 같은 밤이 존재할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제갈 부관이 벌떡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왜놈들 총칼에 죽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총칼로 왜놈들을 죽이는 이야기를 하는 날을 바라신다는 것을…….”

그곳 막사를 나가면서 제갈 부관은 시민이 알지 못하게 홍여에게 어떤 눈짓을 하였고 홍여의 낯이 붉어졌다. 시민은 무언의 그 대화를 눈치 챘다. 그래 더욱 냉정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혼자 남은 홍여에게 명했다.

“뭘 하고 있느냐? 군사를 불러 끌어내도록 하랴?”

홍여가 남달리 붉은 아랫입술을 꼭 깨물며 말했다.

“쇤네 스스로 나가겠습니다. 하루 종일 왜적을 막느라 지쳐 있을 군사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사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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