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많던 조선족 작가 유작 ‘…고선지’ 뒤늦게 출간
꿈 많던 조선족 작가 유작 ‘…고선지’ 뒤늦게 출간
  • 연합뉴스
  • 승인 2014.11.0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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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숨진 김정호의 한 풀어주려 부인이 마무리 작업
고구려 유민의 후예로 태어나 당나라 장수로 이름을 떨친 고선지의 삶이 조선족 출신 귀화 작가가 남긴 유작을 통해 되살아났다.

2012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작가 김정호(당시 63세) 씨가 심혈을 기울여 쓴 3부작 역사소설 ‘동방명장 고선지’(도서출판미르)가 최근 출간됐다.

중국 동포 출신 문인답게 중국어와 한국어는 물론 한문에도 능했던 김씨는 중국 사서(史書)인 ‘구당서’와 ‘신당서’, ‘자치통감’, ‘책부원구’ 등을 토대로 150여 명의 역사 속 인물들을 지면 위로 불러냈고, 고선지 장군의 일대기는 이들과 함께 화려하게 그려진다.

소설은 으뜸가는 무예 실력으로 주목을 받은 소년 시절로 시작해 고선지가 장군으로서 우뚝 서는 고구려인의 기개를 담았다. 티베트군을 격파한 서역 파미르 원정과 이슬람군과 맞선 탈라스 전투 등 고선지의 활약상이 무게 있게 다뤄진다.

작가는 생전에 써놓은 머리말에서 소설을 쓰기 위해 당대에 고선지가 활약했던 중국 서부를 수년간 오갔다고 했다. 2008년 시나리오 청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소설 집필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으나 고된 과정 속에 해가 여러 번 바뀌었다고도 술회했다.

고선지는 고구려를 멸망시킨 당나라에서 유민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후세에도 세계적인 명장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전쟁 역사의 한 장을 차지한다.

헝가리 태생의 영국 고고학자 마크 아우렐 스타인은 고선지의 대장정을 한니발이나 나폴레옹의 원정보다 위로 평가했다.

그런 인물의 삶을 소설로 녹여내기가 막막했다는 게 생전 작가의 얘기다.

서울대 백낙청 명예교수는 서평을 통해 “시인이자 소설가, 평론가, 번역가로서 한국 문학에 값진 이바지를 하던 김정호 선생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은 못내 안타까운 일”이라고 토로하면서도 “다행히 작고하기 전에 그가 완성해놓은 소설이 간행되니 반갑기 그지없다”며 소설 출간에 의미를 뒀다.

작가는 생전 백낙청 교수의 문학평론집을 비롯해 고은 시인의 ‘만인보’ 등 국내 여러 문인의 글을 중국어로 번역해 널리 알리기도 했다.

그의 소설이 뒤늦게나마 빛을 보게 된 데는 아내 김수안 씨의 노력이 컸다.

2006년 남편과 함께 귀화한 김씨는 사랑하는 이가 모국의 문인으로 꽃을 피울 무렵 돌연 사고로 떠나면서 가슴 찢어지는 슬픔을 안게 됐다고 했다. 평생을 함께했던 반려자를 잃은 것은 물론 문인으로서 도드라졌던 능력도 더는 볼 수 없게 됐기 때문.

그는 남편이 떠난 자리에 남은 소설 ‘…고선지’의 원고를 다시 꺼내봤다고 한다. 비록 세상에는 없지만 남편, 그리고 모국에서 글을 쓰고 싶어했던 작가의 한을 풀어주고 싶었고, 그렇게 소설 출간 작업이 시작됐다고 했다.

하지만 소설 출간을 준비하는 동안 또 다른 비극이 찾아오기도 했다. 지난 5월 일어난 고양버스터미널 화재 현장에서 큰아들을 잃는 변을 당한 것.

김씨는 지난 29일 “너무도 어려웠던 시간을 보내왔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며 “역사소설 ‘…고선지’ 이후로 남편의 생전 작품을 출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1949년 중국 지린(吉林)성에서 태어난 작가 김정호는 옌볜(延邊)대학을 졸업한 뒤 1980년 중문 창작으로 현지 문단에 등단했다.

그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는 ‘장백산문학상’과 ‘백두문학상’ 등을 받는 등 현지 문학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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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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