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44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44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1.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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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1. 알 수 없는 사내
“그렇게 될 바에는 가지 않는 게 상수(上數)라고 봅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도 있는데…….”

아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두 사람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한 비차가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며 조운이 푸념하듯 내뱉었다.

“왜적이 무서워 미완성의 비차를 띄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조운은 스스로를 향해 너무 화가 났다. 정말 나는 겁쟁이인가. 시간싸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꼭 본래 설계에 맞는 제작물을 고집해야 할까. 어쩌면 탑승하는 인원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비행기구일 수도 있는데.

분지 입구 쪽 좁고 구부러진 길가에 서 있는 커다란 팽나무 위에서 까마귀 우는 소리가 들렸다.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려 그런지 더한층 오싹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했다.

“왜 그리 자꾸 안 좋게 될 쪽만 얘기하오? 다행히 좋게 되어 그분을 구할 수도 있지 않겠소?”

정평구는 그새 부쩍 늘어난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저는 그런 모험을 걸기는 싫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모험이 아닌 것은 아무것도 없소.”

“위기에 빠진 나라를 건질 귀인을 실험물로 사용하다니요?”

“실험물은 무슨? 이게 다 그분을 살리자는 뜻에서…….”

“공중에서 떨어져 개죽음을 당하시게 하느니, 왜적들과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하시게 하는 것이, 더 그분을 위하는 길이라고 봅니다.”

“늘 말씀하던 하늘이 내리신 운명을 거역하겠다, 그거요?”

“지금 저에게 소중한 쪽은 제 운명보다 그분의 안전입니다.”

“허, 내 말이 그 말 아니요, 지금?”

낯까지 붉히는 정평구였다. 조운의 마음속은 그보다 더 불이 일었다. 다 던져버리고 싶었다. 부모와 장인, 장모를 비명에 보낸 죄많은 몸이 무슨 용상에 앉을 거라고.

그러나 마음 한쪽에서는 그러니까 더더욱 비차 완성에 매진해야 한다는 다그침이 들렸다. 하지만 한 번 추락한 적이 있는 비차였다. 둘님은 유산하고 상돌은 다리 불구자가 되고 말았지만, 어쩌면 그보다도 훨씬 큰 재앙, 더 말할 것도 없이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정평구 저 사람도 그 점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다.’

기억을 되살리는 것조차 끔찍하고 싫은 일이지만, 비차가 공중에서 추락할 때 느끼던 죽음에의 그 공포, 살고 싶다는 그 엄청난 욕망은 실제로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내가 두 번 다시는 비차에 오르고 싶지 않아 괜한 핑계를 대고 있다고 보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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