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에 유익한 돼지 감자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돼지감자는 국화과 해바라기 속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으로 괴경이나 종자로 번식한다. 귀화식물인 돼지감자는 우리나라의 기후조건에 잘 맞아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건조한 기후나 추위에도 강하여 토질에 관계없이 야생상태로 잘 번식하며 경작지 부근이나, 산비탈, 들판 등지에서 사람의 도움 없이 2-3 미터까지 자란다. 사실 돼지감자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식량 이였으며, 유럽에서도 17세기부터 식용해 온 것으로 기록되어 있고, 프랑스에서는 ‘땅의 사과 (폼드테르)’라 하여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돼지감자는 옛날 배고픈 시절에는 귀한 먹거리였으나,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맛있고 먹기 좋은 가공 식품이 쏟아져 나와 돼지감자 같은 식품은 천시되어 왔다. 말하자면 많이 먹으면 속이 아리고, 소화도 되지 않는 다는 핑계로 한 때 돼지 등의 가축 사료로 이용되었다.
돼지감자는 노랗고 예쁜 꽃과는 달리 그 뿌리는 돼지 코처럼 못생긴 감자다. 그래서 꽃에 비해 뿌리가 못생겼다 하여 엉뚱하다는 의미로 뚱딴지, 뚝감자, 뚱하니 등으로 격하시켜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최근에 돼지감자가 과거와 달리 산비탈이 아닌 밭의 핵심작물로 버젓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답은 매우 간단하다. 돼지감자가 당뇨병의 예방과 치료, 그리고 비만해소에 좋다는 것이 학술적으로 밝혀짐에 따라 여기저기에 돼지감자 심기에 바쁘고, 인기가 날로 날로 치솟고 있다.
돼지감자가 당뇨병에 좋은 것은 이눌린(inulin) 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돼지감자 괴경의 주성분은 과당(fructose) 중합체로 구성된 이눌린이라는 성분이 건물량 기준으로 약 75%나 함유되어 있다. 이눌린은 사람의 위액이나 소화효소에 의해서 분해되지 않고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어 장내 환경 개선 및 배변 기능을 촉진 시킨다. 또 일부가 분해되더라도 과당 형태로 분해되므로 혈당을 상승시키지 않으며, 열량이 ( 0.1-1.5 Kcal/g) 낮아 비만개선 효과, 중성지질 감소, 대장암 예방 등의 효과를 나타낸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쥐의 베타세포에 돼지감자 추출물을 넣을 경우 당뇨병 유발의 뿌리가 되는 베타세포의 생존율을 높이고, 동시에 베타세포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어 인슐린의 분비를 정상화하고 나아가 당뇨병의 치료와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있다.
돼지감자는 괴경 외에 잎에도 여러 가지 생리적 기능 성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은 누구나 생명유지를 위해 반드시 호흡을 해야 하고, 호흡을 하면 산소를 흡입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흡입된 산소의 일부분은 반드시 몸에 해로운 활성산소로 변한다. 이 활성산소가 생체 내에서 과도하게 발생되거나 균형이 깨지면 세포와 조직이 손상을 받게 된다. 균형이 깨진 활성산소는 지질은 산화시키고 단백질의 변성을 일으켜 세포막을 파괴하고, DNA에 손상을 입혀 백내장, 당뇨병, 간염, 신장염, 치매 및 암 등의 발병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활성산소는 생체 내 불균형이 문제이며, 이러한 불균형의 조절을 위해 항산화제를 복용하게 되고, 항산화제 중에서도 인공 항산화제 보다는 안전성이 확보된 천연 항산화제를 선호하게 된다. 돼지감자의 잎 역시 항산화 활성이 매우 뛰어난 재료이다. 돼지감자 잎에는 폴리페놀과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많아 우리가 항산화 물질로 잘 알고 있는 비타민 C 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활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지방이 분해되어 생성되는 지질과산화물 역시 우리 몸에 여러 가지 생활습관병을 유발하게 되는데, 실험 결과에 의하면 지방산화 억제 물질로 잘 알려진 ‘알파 토코페롤’ 보다 돼지감자 잎 추출물이 더 우수한 활성을 보인 다고 밝혀졌다. 또한 돼지감자 잎 추출물이 간 세포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어 간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도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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