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245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245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1.0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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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1. 알 수 없는 사내
그렇다면 차라리 그의 의견대로 그와 나, 이렇게 둘이 비차를 타고 시민을 구하러 가는 게 이 시점에서 제일 현명한 일일 수도 있었다. 완벽을 기하려다가 때를 놓쳐버리기라도 하면 얼마나 가슴을 찧을 일인가 말이다.

“정 그러실 의향이면 지금 비차를 타고 성으로 갔으면 합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변덕인가? 자기가 그렇게 말하면 당장 그러자고 할 줄 알았던 정평구가 이번에는 도리어 뒤로 몸을 빼는 것이다.

“아니요. 강형 말이 더 맞소. 행여 왜군 진지에라도 추락하게 되면 그보다 더 큰일이 없을 것이오. 비차가 저놈들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요.”

팽나무 가지에 은신하듯 했던 까마귀가 몸을 드러내 남쪽으로 날아가는 게 보였다. 그게 조운 눈에는 성으로 날아가는 비차같이 느껴졌다.

“저놈들이 비차를 이용할 경우, 아,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치오.”

두 사람 주장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었다.

“비차를 믿어야지요. 어쩌면 네 사람보다 두 사람이 타는 게 더 안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하중(荷重)이 줄어들어 가볍기 때문에 더 자유자재로 비행(飛行)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어쨌든 둘이 탔을 때에는 무사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오. 더 큰 불행을 주기 위한 악마의 미끼인지도 모르고요.”

조운은 입을 다물었다. 누구 판단이 옳은지는 신만이 알 것이다. 결국에는 운명이다. 그때다. 운명의 손이 기다렸다는 듯 활동을 시작한 것은. 정말 정해진 운명이란 게 존재하는 걸까?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 저 여자가 또……!”

대나무더미에서 벌떡 일어서며 정평구가 소리쳤다. 조운의 눈이 반사적으로 정평구가 턱짓으로 가리키는 곳을 향했다. 조금 전 까마귀가 앉았다가 날아간 그 팽나무 아래로 나타난 것은 틀림없는 광녀 도원 처녀였다. 그런데 그들이 더욱 눈을 크게 치뜨고 바라본 것은 그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일행이 있었다! 그것도 그녀 어머니나 오라버니가 아닌…….

멀리서 봐도 사내가 틀림없었다. 사내는 사내인데 조운이 모르는 사내였다. 조운은 머리가 찌르르 했다. 아무리 정신이 온전치 못한 여자라지만 이 난리통에 저렇게 쏘다니는 것도 믿어지지 않을 일인데, 게다가 어디 사는 누구인지도 모를 저런 사내와 함께라니?

“그 옆에 있는 남자는 누구요?”

정평구도 그 사내가 무척 신경 쓰인다는 말투였다. 광녀야 아는 여자니 좀 성가신 것만 참으면 되겠지만, 무슨 그림자만 어른거려도 심장이 쿵 내려앉을 공포심에 떨고 있는 전시체제인지라, 낯선 사내의 출현은 그들을 여간 긴장시키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이 조선인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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