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과 낭만
결핵과 낭만
  • 경남일보
  • 승인 2014.11.1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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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시인, 소설가)
전미야
최근 서아프리카에 창궐하는 에볼라는 전 세계적 공포의 대상이다. 아직 확실한 치료약이 나오지 않은데다가 세계 어디든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다보니 안심할 만한 지역이 없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인류의 공포의 대상이었던 질병, 특히 전염병이 인간의 손에 정복되었듯이 에볼라 역시 결국에는 정복이 될 것이다.

며칠 전 직장에 다니는 지인 하나가 퇴근길에 전화를 하더니 대뜸 큰일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 집 아이들까지 모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전후 설명 없이 그렇게 말하다보니 듣는 사람으로서도 긴장이 될 밖에. 이어진 이야기인즉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상사가 결핵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 상사가 얼마 전부터 자꾸 기침이 나오고 이상하다고 하더니 자기 딴에도 안 되겠던지 검진을 받았는데 결핵으로 판명되었다며 함께 근무하는 직원 모두 검진을 받아보라 권고 내지는 통보를 했다는 것.

이미 우리에게서 멀어졌다고 여긴 결핵에 관한 이야기가 언제부턴가 다시 들려오곤 한다. 어느 집안의 아무개가 결핵에 걸렸다는 소식에 직접 접촉이 없었다 해도 간접 접촉으로 옮은 건 아닌지 싶은가 하면, 어느 학교에서는 집단으로 발병했다는 보도가 들려오기도 한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결핵 하면 함께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낭만이다. 왜일까?

그것은 결핵이 문학작품이나 영화 등의 소재로 채택돼 그려지면서 많은 독자와 관객의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다른 질병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결핵은 지난 시절 예술작품 소재로 다뤄지기에 알맞은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실제적으로도 결핵으로 요절한 대중가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정작 결핵과 낭만주의를 결부시키게 했던 이는 19세기 낭만주의 음악가 쇼팽이라 하겠다. 그가 결핵으로 죽어가게 되자 병상으로 몰려와 울다가 기절하곤 했던 파리 사교계의 많은 귀부인들….

그런 역사와 문화적 배경 때문에 결핵이라면 얼핏 감성과 낭만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예전에야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보니 예술작품 속에서 감성적으로 풀어냈겠지만 현대에서는 결코 낭만이나 감성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

다행히 검진 결과 지인의 사무실 사람들 모두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후진국병인 결핵이 최근 많이 발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여러 분석들이 있지만 보건당국에서도 에볼라 못지않게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전미야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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