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50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50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1.1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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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2. 막다른 길이오
가장 먼저 비차에 오른 조운이 광녀와 걸인을 내려다보며,

“두 사람도 저 뒷자리에 타시오.”

“아, 타? 우리도 타?”

그 말을 들은 광녀와 걸인은 좋아라고 올라타기 시작했다. 꼭 장난기 많은 아이들이 신나는 놀이기구를 즐기려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조운 가슴이 한없이 먹먹해졌다.

‘떨어져 죽을 수 있다는 것도 모르고…….’

티없이 순진하기만 한 그들을 보니 조운은 또 양심이 찔렸다. 그 자신이나 정평구는 벌써부터 비차와 운명을 같이할 각오를 하고 있는 몸이지만,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사람답게 살아보지도 못했을 그들을 죽음의 길로 내몰게 된다면 그보다 큰 죄악도 없지 싶었다. 어쩌면 둘이 아들 낳고 딸 낳고 오순도순 살아갈 수도 있을 텐데.

‘하지만 이제 어쩔 수 없다. 모든 건 운명에 맡길 수밖에.’

마지막으로 정평구가 익숙한 솜씨로 탑승하면서,

“야아, 탄탄한 것 같은데? 안정감이 느껴져.”

불안감을 떨치기 위한 듯 정평구는 호들갑스러운 사람같이 굴었다. 하지만 옆자리에 앉은 조운에게 물어오는 그의 말끝에는 아슬아슬한 벼랑 같은 기운이 묻어났다.

“지난번 그 장소로 가지 않고 여기서 하겠다는 것이오?”

“지금 그곳까지 비차를 이동해 갈 시간이 없지 않습니까? 나중에 우리가 비행(飛行)에 익숙해지면 한밤중이라도 상관없겠지만, 아직은 한참 서투니 어둠이 깔리면 시도도 한번 해보지 못할 테니까요.”

“그렇긴 한데, 높은 곳에서 낮은 데로 날아야 훨씬 쉬울…….”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어차피 지금은 시험비행이고, 또한 악조건에서 성공을 해야 완벽한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긴 어떤 곳에서라도 날아오르고 내릴 수 있어야겠지요. 나는 진주성의 지형을 잘 모르지만, 여기보다 힘든 지점에서 이륙과 착륙을 해야 할 경우도 적지 않을 테니까.”

정평구는 언제나처럼 선두 지휘에 나섰다. 그는 뒤에 앉아 땅을 내려다보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알아듣거나 말거나 열심히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거기 줄이 있지요? 그 줄이 날개를 움직이게 하는 줄인데, 힘을 주지 말고 연의 얼레를 놀리듯이 자연스럽게…….”

정평구 말을 들으면서 조운은 걱정부터 앞섰다. 정신이 온전한 사람들도 처음에는 서툴 텐데. 물론 앞에서 조종간(操縱杆)을 잡은 사람이 비행(飛行)에 필요한 거의 모든 작동을 담당하고, 뒤에서는 줄과 연결된 간단한 장치만 움직여 주면 되는 구조이긴 했지만. 어쨌든 그리하여 충청도 노성의 윤달규가 말했던, 이른바 비차의 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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