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51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51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1.1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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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3. 곡예비행
그런데 예상 밖에도 걸인은 말귀도 그런 대로 알아듣고 손재주가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정신도 광녀보다는 좀 더 맑은 편이지만 집중력도 없지는 않은 편이었다. 말하자면 기대 이상으로 꽤 훌륭한 조수(助手)라고 할 만했던 것이다.

걸인은 쓸데없이 자꾸 비차 몸체를 건드려 앞에 앉은 사람들의 신경이 잔뜩 쏠리게 하는 광녀에게 제 딴에는 시범을 해 보이느라 노력하였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광녀가 손장난을 하다가도 아주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처럼 걸인의 수화(手話)에 잘도 응한다는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제법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덕분인지 서로는 의사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들은 비차의 배를 열심히 두드렸다. 말하자면 풀무장치가 가동되는 가운데 날개를 움직이는 줄과 연결된 장치를 조작하여 양쪽 날개가 위아래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었다. 광녀만 빼고는 모두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셈이었다.

“공기는 잘 내뿜고 있겠지요?”

정평구가 물었다. 동체의 가죽주머니 밑에 뚫려 있는 구멍으로 압축공기가 제대로 잘 분출되고 있는지를 우려하는 말이었다.

“그것도 걱정이지만…….”

조운은 제발 정평구가 말하는 압축공기의 반작용과 함께 공기 방석작용으로 이륙할 수 있는 힘이 많이 많이 생겨주기를 빌고 또 빌었다. 간절한 마음으로 비차의 시동을 걸면서도 조운과 정평구의 눈은 연방 붉어오는 서녘 하늘을 바라보았다. 거기 지친 듯 걸려 있는 해가 꼴깍 완전히 넘어가면 또 금방 어둠이 깔릴 것이다.

조운이 애타는 심정으로 기도하고 있는 중에도 뒷자리에 앉은 광녀는 그저 좋아라 웃고 떠들고 난리였다. 돌아보지 않아도 그녀는 줄과 연결된 장치를 움직이며 신바람이 난 얼굴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조운은 눈시울이 젖어듦을 느꼈다.

‘제발 붕 하고 떠 다오, 비차야. 네가 여기서만 비상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곳에서도 날 수가 있을 것이다.’

하느님, 부처님, 조상님. 소원을 빌 수 있는 대상은 다 부르며,

‘우리 비차에게 날 수 있는 힘을 얻게 해 주소서!’

그러자 조운의 간절한 원망(願望)이 절대적인 존재의 영험을 통해 비차에게 닿았음일까? 드디어 지난번에 시험비행을 했던 비봉산 뒤쪽 등성이에서처럼 바람이 일기 시작했고, 그리고, 그리고 마침내 비차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뜨, 뜨고 있소!”

정평구 목소리가 비차보다도 먼저 허공 높이 떠올랐다. 뒷자리에서도 깜짝 놀라는 광녀 목소리와, 사람 소리라고는 할 수 없고 목 졸린 무슨 짐승이 내는 것 같은 걸인의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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