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52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52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1.1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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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3. 곡예비행
조운과 정평구에게는 세 번째의 비상(飛上)이었다. 하지만 감격과 기쁨은 앞서의 그 두 차례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 강렬했다. 마지막 시험비행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제 다 끝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고지대가 아닌 평지에서의 이륙에만 성공했을 뿐, 공중에서의 선회와 마지막 단계인 착륙이 아직도 기다리고 있었다. 두 번의 시험대에 더 올라 그것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그 어느 것도 만만치 않았다. 바로 목숨과 직결되는 일이었다. 단 한 번의 실패로 깡그리 끝장나는 것이다. 그때 조운의 머릿속을 채우는 것은 단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그러면 귀인도 구할 수 없고, 조선도 사라진다.’

그런데 위기는 엉뚱한 데서 먼저 시작되고 있었으니. 전혀 예기치 못한 그 일이 벌어진 것은 다음 순간이었다. 완전한 수직은 아니고 경사가 지게 비스듬히 날아오르던 비차가, 어느 정도 땅을 벗어나 일정한 고도를 유지하며 막 수평으로 날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조운은 물론 정평구도 소스라치게 놀라 뒷자리를 돌아보았다. 그럴 수가?

“난다 난다 비, 비차. 진주성에 가보자…….”

세상에, 광녀가 저 ‘비차의 노래’를 막 불러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게다가 광녀는 또 그렇다 치고, 걸인마저 비록 입을 열어 따라 부르지는 못해도, 광녀 노래에 맞장구를 치듯 살짝살짝 어깨춤을 춰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비차 비차 비차다. 진주성에 가보자…….”

역시 광인은 광인들인가. 도대체 미치지 않고서야 저럴 순 없었다. 세 번을 탄 조운과 정평구도 높은 공중으로 오르니 두렵고 무서워 간이 조마조마한 판인데, 생전 처음 비차를 타 보는 저들이 하고 있는 저 행태들이라니?

‘사람이 아니다! 정체 모를 잡살뱅이 귀신들이다!’

처음 비차를 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속이 메슥거릴 정도로 어지러움을 느낄 만한데, 그들은 그렇지 않고 되레 무척 신이 나는 모양이었다. 비차가 그들에게는 어린아이를 넣고 흔들어서 즐겁게 하거나 잠재우는 채롱같이 느껴지는 걸까.

아이라면 훨씬 나을 터였다. 아직은 흔들리지 않지만 좀 더 신바람이 붙어 성인이 된 그 몸들을 마구 움직이기 시작하면 비차는 크게 요동칠 수도 있다.

“아, 위험하오! 어, 어서 내려가야겠소!”

정평구가 조종간을 꼭 잡은 채 저 아래 지상을 내려다보며 사나운 산짐승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조운도 빨리 비행 고도를 낮춰야겠다는 엄청난 조바심에 휩싸였다. 지난번 시험비행 때 당했던 그런 회오리바람을 정면으로 받았을 때보다도 더 위험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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