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다리野] 거창 수승대 구연교
[아이고 다리野] 거창 수승대 구연교
  • 이용구
  • 승인 2014.10.12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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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촬영지로 부각
구연교 다리 전경


황홀한 밤의 서곡인 일몰이 지고 땅거미가 세상을 덮친다. 어둠이 찾아올 무렵 깊어가는 가을, 한 남자가 수승대(거창군 위천면 소재) 구연교 다리를 바라보고 있다.

서부경남 최고의 경승지 거창군 원학계곡 한 굽이 수승대에 구연교가 있다. 가을밤, 수승대 구연교 다리를 찾으면 청록색 밤하늘에 커다란 북두칠성, 수많은 별들이 반짝거린다.

구연교 다리를 지나면 드라마 속 한 장면이었던 거북바위가 있다. 거북바위는 섬처럼 계곡물 속에 떠 있다. 물 위로 낙엽들이 떠 다닌다.

수승대 거북바위는 SBS-TV 노희경 극본 조인성·송혜교 주연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로케이션 현장이다. 한국 최고 스타일 드라마 작가 노희경 대본 때문에 거북바위가 일약 명소가 되면서 구연교 다리도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며칠 전 배평호 시인이 거북바위와 구연교를 찾았다. 그는 드라마 속의 조인성처럼 한참 동안 하염없이 그곳을 바라보았다. 시인은 몇 달 전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 10여년 암투병 끝에 한줌의 재로 변한 아내를 묻고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한다.

“아내와 두 손 꼭 잡고 저 거북바위를 바라보며 구연교 다리를 건너보고 싶었는데…. 지금 내 마음이 꼭 드라마 제목과 같습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저는 마음이 울적해지면 종종 이곳을 찾습니다. 수승대에는 거북바위 외에도 문학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여럿 있더군요. 수승대 여러 풍경들 가운데 거북바위 쪽에 있는 아주 조그마한 돌다리 구연교를 가장 좋아합니다”

전북 남원 광한루에 오작교가 있다면 거창 수승대엔 구연교가 있다. 오작교에 견우직녀 설화가 있다면 구연교에는 극락세계 설화가 담겨져 있다.

구연교 길이는 약 3m 남짓, 화강암으로 지어져 있다. 당초 구연교는 하천 바닥에 낮게 화강석으로 설치돼 있어 여름철 폭우 땐 난간이 상판만 남기고 유실되는 일이 반복됨에 따라 지난 2007년 5월에 유실방지를 위해 탈ㆍ부착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난간으로 대체 설치해 현재의 모습으로 단장됐다.

구연교 문패 위에 원 모양의 돌이 놓여져 있다. 불교의 원상(圓相)을 상징한다. 마음이 평등주원(平等周圓)한 상태를 원상이라고 한다. 원불교에서는 원상을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삼고 있다. 외양은 서방정토를 바라보는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다. 거북이는 불교에서 보살행을 상징한다.

“저는 구연교를 건널 때마다 한 마리 토끼가 됩니다. 구연교는 불교설화 속에 등장하는 거북이처럼 저를 태우고 피안의 세계로 인도하지요.”



 
구연교 다리와 거북바위

 
구연교 다리 전경 2
구연교를 지나면 수승대 깊은 산속에 원각사가 있다. 원각사는 60년대 지해 스님이 수승대 골짜기 토굴에서 부처님의 계시를 받고, 현재 위치에 창건하게 되었다. 수승대의 전설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스님이 용맹정진한 토굴은 아직도 존재한다. 기도를 하면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고 하여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배평호 시인은 이 절을 가리켜 이상적인 불국세계 도솔천이라고 한다. 도솔천은, 석가모니가 보살일 당시에 머무르면서 지상에 내려갈 때를 기다렸던 곳이며, 오늘날에는 미래불인 미륵보살(彌勒菩薩)이 설법하는 곳이다.

도솔천은 7보(七寶)와 광명(光明) 등으로 장엄하게 장식되어 있으며, 십선(十善)과 사홍서원(四弘誓願)을 설하는 음악이 끝없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천인들은 그 소리를 듣고 자연히 보리심(菩提心)이 우러난다고 한다.

서양화가 김영주씨도 구연교 마니아이다. 지난 여름 흐르는 물소리에 탁족을 즐기기 위해 수승대를 찾았다가 구연교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知者樂水(지자요수) 仁者樂山(인자요산). ‘슬기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라는 옛말처럼 언제나 자연을 가까이에 두고 즐겼던 옛 선비들. 특히 빼어난 경치로 선비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그곳이 거창 수승대(搜勝臺)지요. 이곳은 영남 제일의 동천으로 쳤던 안의삼동(安義三洞)중 하나인 원학동 계곡 한가운데 위치한 화강암 암반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긴 계곡과 주변 산세가 어우러져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지요. 아름다운 곳에 계곡과 계곡 사이를 잇는 아주 작은 돌다리 구연교를 처음 발견하고 저는 이 다리를 소재로 그림 한 점을 창작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더군요”

김영주 작가는 “거창은 선화공주와 백제 무왕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전설이 전해져오는 고장입니다. 선화공주는 직녀, 무왕은 견우…. 구연교를 두 남녀가 해후하는 곳으로 설정, 구연교를 배경으로 한 애틋한 러브스토리를 담은 그림을 그리려 해요. 수승대의 명물 거북바위는 바위가 계곡 중간에 떠있는 모습이 거북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세월의 아픔을 견뎌낸 소나무들이 바위 곳곳에 자라고 있어 화폭에 담으면 걸작이 탄생할 것 같습니다”고 했다.

해질녘 수승대 구연교를 스쳐 지나가는 물빛은 다양한 색으로 층을 이루고 있다. 그리움을 간직한 물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물빛, 마음 수련을 하고 싶은 충동을 일게 하는 물빛, 독자 여러분! 올 가을 구연교에서 이 다양한 물빛을 관조해 보시지 않으실래요?

이용구기자



■구연교 가는 길=대진고속도로 상·하행선| 함양읍. 지곡 IC⇒거창방면 직진⇒함양군 안의면⇒거창·마리면 방면 37번국도⇒마리면삼거리 좌측방향⇒위천·북상면 방면 ⇒ 위천수승대 (약 40km/40분 정도 소요)



 
구연교 다리 전경 3
관광객들이 구연교를 거쳐 제법 센 물길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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