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53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53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1.1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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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3. 곡예비행
‘저, 저들을 태, 태우는 게 아, 아니었는데…….’

그 급박한 순간에도 조운은 크게 후회했다. 아무리 미치광이라도 비차에 타서 저런 짓을 할 줄이야. 착륙하기 전에 사고가 나고 말 것이다. 그새 해가 지고 어둠이 밀려든 듯 눈앞이 캄캄해진 조운의 귀를 정평구 고함소리가 후려쳤다.

“우, 움직이지 말고 가, 가만히 있으란 말이야!”

그러나 그 소리가 뒤쪽까지는 잘 들리지 않는 걸까. 아니면 이미 광기에 점령당한 탓에 그 어떤 것도 그들을 제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 걸까. 뒷자리에서는 여전히 광녀의 노래와 걸인의 몸놀림이 이어졌다.

‘그래봤자 소용없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미치광이들 아닙니까?’

거의 자포자기에 가까운 조운의 생각이었다. 정말이지 이런 일로 또 실패, 아니 인생 마지막을 맞을 줄은 몰랐다. 이런 것을 두고 ‘개죽음’이라고 하는 걸까.

‘아마도 도원 처녀가 비차 노래를 부르고 저 거지가 그에 맞춰 춤추는 짓을 수없이 해왔던 게 틀림없다. 그것도 거의 환각상태에 빠져서 말이다. 그러니 어느 누구도 저것을 막을 수가 없을 것이다. 아, 결국 이렇게 끝이 나고 마는구나!’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런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할 수가 있다니. 한데, 그러던 조운이 문득 발작하듯 이렇게 내뱉은 것은 광녀의 노래가 서너 번이나 되풀이되고 있을 때였다.

“좋다! 가자! 진주성에 가보자!”

거의 반쯤은 죽은 사람 얼굴을 하고 뒷사람들에게 또 무어라 외치려던 정평구가 귀신 보듯 조운을 보았다. 조운이 귀신 씨나락 까먹는 듯한 소리를 했다.

“가보자고요! 진주성에 가기로 하고 만든 비차 아닙니까?”

그러면서 조종간을 힘껏 거머쥐는 조운이 정평구 눈에는 광녀나 걸인보다도 더 정신이 돌아버린 사람 같았다. 그도 노래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난다 난다 비, 비차…….

‘조운 저 사람은 비차 노래를 듣고 죽음의 공포를 다 벗어던진 것 같다. 그에게 비차 노래는 신의 음성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걸까?’

정평구가 바로 보았다. 조운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 비차 노래를 듣는 순간부터 그는 오직 한 가지 욕망, 비차를 타고 진주성으로 가야 한다는 무서운 일념의 포로가 돼버렸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도 비차의 요동침은 점점 심해져가고.

정평구의 심경에도 놀라운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일단 이륙에는 성공했으니 내친 김에 착륙 장소를 진주성으로 정해 버리자고. 갈수록 크게 흔들리는 비차와 함께 여기 떨어져 죽는 것보다는 진주성에 날아가 거기서 최후를 맞이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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