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소나무
못난 소나무
  • 경남일보
  • 승인 2014.11.1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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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법학박사, 전 진주·창원 경찰서장
 
우리 주변에는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낮에는 물론이고 늦은 시간까지 장사를 하는 포장마차 아주머니, 시장판 선술집 아주머니, 그리고 거리를 쓸고 있는 미화원 아저씨들도 그렇고, 다들 작은 일에든 큰일에든 열심히 살아갑니다. 우리가 열심히 사는 것은 열심히 살다보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올 것이라는, 나보다는 내 자식들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 믿음 때문에 우리는 힘들지만 견디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믿음에 확신이 서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며칠 전 아이 둘을 부양해야 하는 40대 여성이 “진주는 살기는 좋은데 벌어먹을 곳이 없다”는 푸념을 했습니다. 진주의 경제나 산업이 지지부진해서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생활하기가 어렵다는 말일 것입니다. 또 진주를 오랜만에 찾는 사람들은 제 일성이 “진주는 20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똑같다”입니다. 아무렴 20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똑같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동안 남강변이 정비되고 시내 곳곳에 고층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서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어 도시발전이 다른 도시들보다 좀 뒤처졌다는 말일 것입니다. 이런 도시에서 묵묵히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살고 있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못난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못난 소나무가 부모의 산소를 지키고, 선산을 지키고, 고향을 지키는 것입니다. 같은 소나무지만 토질이 좋고 비바람을 덜 받아 곧고 수려하게 자란 소나무는 사람들이 재목으로 쓰기 위해 베어 가 버립니다. 일류대학을 나와 서울로 외국으로 가서 출세한 사람들은 잘난 소나무들입니다. 그래서 자식을 아주 잘 키우면 국가의 자식이 되고, 그 다음으로 잘 키우면 장모의 자식이 되고, 적당히 잘 키우면 내 자식이 된다는 얘기도 하였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진주에 살고 있는 우리들 대부분은 못난 소나무입니다. 우리 자식들 대부분도 못난 소나무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못난 소나무가 우리에게 효도하고 우리의 산소를 지키고 우리의 고향을 지킬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못난 소나무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강선주 법학박사, 전 진주·창원 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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