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과 바위
계란과 바위
  • 경남일보
  • 승인 2014.11.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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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시인, 소설가)
전미야

가수 신해철 씨 사건을 보노라면 안타까우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아까운 인재가 불의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도 그렇지만 의료사고에 대한 논란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끈다. 그것이 어떻게 결론날 것인지에 대한 점은 차치하고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일개 시민의 입장애서는 그가 그래도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이기에 이만큼이나마 문제가 표면으로 떠올랐지 무명인이었다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란 점은 인정하고 들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어떤 전문적이고도 조직적인 세력과 아무것도 갖추지 못한 일개 시민으로서 거기에 대항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뿐인 것이다.

비단 의료사고에 대한 분쟁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는 그와 같은 것들을 많이 보게 된다. 어느 산업체에서 일을 하다가 병을 얻었는데 산재 인정을 거부해 눈물짓는 근로자, 부당한 해고에도 맞설 길이 없어 그저 한숨만 짓는 사람, 국가나 거대 기업이나 어느 사회 조직으로부터 재산권이나 여타의 기본권을 침해당해 항변을 해도 그게 받아들여지기는커녕 오히려 무시만 당해 분노만 삼키고 있는 사람 등등.

가끔씩 어느 기관단체나 기업의 건물 앞에서 피켓 하나 달랑 들고서 일인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들은 차가운 비바람을 맞아가며 다리가 뻣뻣하게 굳도록 서서 세상을 향해 호소한다. 물론 그런다고 해도 저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적법하게 허용된 것은 그것뿐이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고는 억울하고 견딜 수 없으니 나섰을 것이다.

듣자니 의료사고 분쟁에서 피해자가 승소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한다. 전문 지식을 요함에도 상대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증거를 내놓아야 하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른 분야 역시 거의 마찬가지다. 갖가지 유형으로 휘둘러대는 권력 앞에 개인은 너무도 나약하기만 하다.

사회가 이만큼 발전했으면 개인의 권익보호도 그만큼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는 너무나도 뒤쳐져 있다. 어떤 권력과의 분쟁이 발생하면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무 힘도 없는 일개 개인이 거대 집단과 싸운다는 것은 결국 사회적 낭비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쳐 깨뜨릴 수는 없다. 그렇지만 계란은 계란대로 깨지고 바위는 바위대로 누더기가 된다. 깨지지도, 누더기가 되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전미야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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