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지 줍는 사람들
파지 줍는 사람들
  • 경남일보
  • 승인 2014.11.2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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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완 (칼럼니스트)
필자가 새벽운동을 나가다 보면 거의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파지 줍는 사람들’을 매일 본다. 암묵적으로 구역과 줍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고 거의가 노인들이다. 몇 년을 대하다 보니 이젠 그 분들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알게 됐는데, 대부분 ‘부모를 부양 못하는 자식이 있어’ 그렇단다. 이들은 열심히 살아 존경대상이 될 분들이다.

서울에 살던 세 모녀가 지난 2월26일 저녁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이들 모녀는 어머니의 식당 노동과 작은 딸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왔고, 두 딸은 어려운 생활과 지병으로 신용불량자가 되어있었다. 특히 세 모녀는 마지막으로 봉투에 현금 70만원을 넣고 ‘주인아주머니께….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1월17일 부양의무자 기준의 일부 완화를 골자로 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여야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현행 212만원(월 4인가족 기준)에서 404만원으로 완화했는데 법안소위통과를 계기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지금까지 소득기준에 따라 일정액을 통합 지급하던 기초생활수급비는 맞춤형개별(생계, 의료, 주거, 교육)급여로 전환된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정부 개정안은 부양의무제의 부분적인 완화를 제외하면 급여체계 개편에만 치중하고 있다“면서 일명 송파 세 모녀법 개정에 합의했지만, 정작 송파 세 모녀가 살아있다면 이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실질적으로 몸이 아파 근로능력이 없었던 송파 세 모녀는 이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아는 사실이지만 기초생활보장에 들어가는 예산은 국민의 혈세다. 기초수급대상자가 아닌 사람이 대상자가 되거나, 대상자가 되어야 할 사람이 누락되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며,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도덕적 해이의 늪에 빠지게 해서도 안 될 것이다. 따라서 국민감시제도 강화와 더불어 빈곤해결을 위한 국가·가족·개인의 3중 안전망 구축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먼저, 국가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에 대한 완벽한 복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전체기초수급대상자 272만 여명 중 부양의무자 사유 등으로 기초수급을 못 받는 사람이 117만 여명이라고 한다. 이 중 정부개정안을 적용하더라도 102만 여명 정도가 기초수급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이들에게 시급한 ‘생계 및 의료급여’가 지급되도록 국가복지정책을 발전시켜야 한다.

다음, ‘송파 세 모녀’가 준 가족의 충격을 이번 기회에 승화시켰으면 한다. 즉, 가족 상호간에 최소한의 부양의무를 갖자는 것이다. 부양의무자 사유로 국가로부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도 받지 못하고 또 가족으로부터도 부양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파지 줍는 사람들’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염불이 아닌 가족끼리 진솔한 삶의 울타리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모도 이젠 자식에게 올인 하지 말고, 자신의 노후를 젊어서부터 미리 준비하고 책임지자는 것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81.4년인 대신, 우리나라 고령층의 소득수준이 전체 가구 평균소득의 66.7%로 OECD 최하위다. 따라서 자신의 노후는 자신이 책임질 수 있도록 젊을 때 미리 준비함으로써 국가와 후세에 짐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은 깨끗한 옷차림으로 말쑥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우리는 보리 수확 후 보리이삭을 생계유지보다는 한 톨의 곡식이 아까워 이삭을 주웠던 것이다. ‘공공복지인 기초생활보장 제도’에서 최저생계비 이하의 절대빈곤층(부양가족 유무와 관계없이)이면 ‘부양의무자 제도’폐지를 없앨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위의 세 가지를 실천해야만 극단적인 사회불안요소를 없앨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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