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255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255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1.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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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3. 곡예비행
한데, 그런 상황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것을 깨뜨린 사람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걸인이었다. 그가 보호하듯 광녀 앞을 막아서며 둘님을 째려보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가 당황했지만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둘님이었다. 난데없이 두 여자 사이를 가로막고 나선 낯선 사내. 더욱이 사내는 여차하면 둘님에게 달려들 태세였다. 그때 퍼뜩 끼어든 사람이 정평구였다.

“서로 인사들 나누시오. 그렇게 서 있지들만 말고…….”

저 자가 누굽니까? 상돌의 눈이 조운에게 묻고 있었다. 조운은 무슨 말부터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쪽은 내 아내, 저쪽은 도원 처녀의 동무…….”

도원 처녀의 연인이라고 소개하려다가 그녀가 얘기한 그대로 ‘동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고 나니 어쩐지 그게 아주 적절한 말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둘님은 무척 경악하는 표정이었다. 광녀에게 사귀는 남자가 있었을 줄이야. 그 남자가 약간 이상하다는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무척 충격이었다. 상돌이 비차를 쳐다보며 조운에게 물었다.

“이 어두운데 비차를 날리시려는 겁니까?”

조운이 난처한 입장에 있다가 돌파구를 찾은 듯,

“동생, 기뻐하게. 드디어 성공했어, 성공!”

“그쪽 희생이 헛된 게 아니구먼. 완벽한 비행을 이루어냈다고.”

정평구 말을 들은 조운은 조금 전 그 시험비행이야말로 완벽한 비차 제작을 똑똑히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새삼 깨닫고 가일층 가슴이 뛰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추락하지 않고 무사히 비행할 수 있었으니 이제는 확실히 믿어도 될 것이었다.

‘광녀와 걸인 덕분에 그토록 소원하던 마지막 성과를 이룬 셈이니, 이런 게 바로 보묵 스님께서 말씀하신 운명이란 것인가. 그리고 아까 상황을 놓고 잘 판단해 볼 때, 조종 기술만 숙달되면, 한 사람이 비차를 몰든, 두 사람이나 네 사람이 몰든,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전천후 비행기구가 비차인 것을!’

“여보, 드디어 성공하셨군요.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그러고 나서 둘님은 정평구에게도 그간의 노고에 감사하고 성공을 축하한다는 듯 고개를 깊숙이 숙여 보였다. 조운의 가슴이 풀쩍 뛰었다. 방금 둘님의 그 목소리, 그것은 봄날 보리밭 위에서 노래하는 종달새 소리 같은 예전의 그 목소리였던 것이다.

‘아, 둘님이가 다시 돌아왔구나, 진짜 둘님이의 모습으로. 비록 둘님이가 유산하고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석녀가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우리 두 사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부부에게는 비차라고 하는 영원한 자식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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