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56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56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1.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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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장 1. 인간새
“어? 저, 저게 뭐야?”

성 밖 왜군 진지에서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던 왜군 하나가 기겁을 하였다. 그러자 같이 있던 왜군들도 놀라 물었다.

“왜, 왜 그래? 조, 조선군이 나타난 거야?”

처음에 소리를 질렀던 그 왜군이 손가락으로 하늘 한 곳을 가리키며 마구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 저것 말이야. 안 보여?”

순간, 왜군 진지에 엄청난 소요가 일기 시작했다.

“헉! 저건? 새 같은데?”

“저런 새가 세상에 어디 있어?”

“맞아. 저렇게 큰 새는 있을 리가 없다고. 생긴 것도 그렇고.”

부하들의 긴급보고를 받고 막사에서 밖으로 달려 나온 왜장도 아주 경악한 얼굴로 말했다. 3천5백의 왜군을 이끌고 온 장강충흥의 아우 장강현번지윤이었다.

“날개는 있지만 새는 아니다. 우리가 미리 보낸 첩자들에게서 여기 조선국에 저런 새가 있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다.”

그 말은 왜군 진지를 더욱 술렁거리게 했다.

“그럼 뭡니까, 저 이상하게 생긴 물체가?”

“이건 안 좋은 징조라고. 기분 나빠 죽겠어.”

왜병들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기이한 공포와 의문에 사로잡힌 나머지 군대 기강이 어수선하기 그지없었다. 하나같이 싸우고 싶은 기색이 사라지고 그만 퇴각하였으면 하는 표정들이었다. 왜장들도 벌레 씹은 상을 감추지 못했다.

왜군들이 엉덩이 불붙은 원숭이처럼 그렇게 법석을 떨고 있는 사이에 그 정체불명의 물체는 유유히 성 안으로 사라졌다.

한편, 조선군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놀라 그 괴물체가 내려앉은 넓은 풀밭 쪽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선뜻 그것에 다가가지는 못한 채 무기를 들고 이만큼 떨어져 서서 잔뜩 경계만 하였다. 누구나 난생 처음 보는 물체가 아닐 수 없었다. 얼핏 그 형상은 따오기나 고니, 아니면 가오리같이 보였지만, 자세히 살피니 대나무와 무명천과 화선지, 솜과 소나무 같은 것으로 만들어진 기구였다.

“어? 누, 누가 내린다!”

“세상에, 저런 것에 사람이 타고 있다니?”

그런데 그렇게 몰려와 놀란 눈으로 괴물체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속에는 조운의 동생들인 천운과 지운도 섞여 있었다. 당시 진주성은 병사고 민간인이고 싸움에 나서지 않은 이가 없었다. 시체도 무덤에서 걸어 나와 싸운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천운과 지운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아직 젊고 기골이 장대한 그들인지라 어떤 수성군보다도 활약상이 눈부셨다. 그러나 그들은 그때까지도 부모의 죽음을 모르고 있었고, 우애가 남다른지라 제 몸보다 형제 안위를 더 걱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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