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59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59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1.26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장 1. 인간새
그러나 시민은 조운과 정평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곧 다시 성으로 돌아왔고, 그후 전쟁이 끝나고 숱한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그 성주가 누구였던가를 잊어갔다.

뿐만이 아니었다. 그 성주가 비차를 타고 도망쳤다는 다른 이야기도 나왔다. 그리고 당시 현장에 있던 수성군들은 김제 사람 정평구라는 이름만 기억하였기에, 역사는 그 이름만을 기록해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 사건은 너무나 믿을 수 없는 것이었던 만큼 별의별 풍문이 나돌았는데, 그 가운데에는 정평구가 성을 지키던 군관 중의 한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도 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비차를 몰고 다시 성으로 돌아온 직후였다. 장졸들은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고, 조운과 정평구도 무슨 이상이 없는지 비차를 점검해 볼 생각을 했을 때였다. 평상복을 벗고 다시 장수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허수아비가 있는 곳으로 간 시민이 놀라 말했다.

“아, 이게 어찌된 일인고?”

그 소리에 거기 있던 조운과 정평구는 얼른 그쪽을 바라보았고, 언제나 시민의 옆에 그림자같이 붙어서 상관의 신변을 호위하는 경호군사가, 반사적으로 경호자세를 취하며 왜 그러시냐고 급히 물었다.

“이, 이걸 보게나!”

그러면서 시민이 가리키는 것은 허수아비에게 입혀 둔 그의 장수복이었다. 그것을 보던 경호군사 입에서 갑자기 비명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운과 정평구도 소스라치며 보았다. 허수아비에게 입혀 놓았던 시민의 옷에 여러 개나 박혀 있는 탄환을.

“어, 어떻게 이, 이런 일이?”

시민의 총알받이가 돼 준 장수복이었다. 이런 소리가 났다.

“장군께서 죽었다가 살아나셨다!”

그 소리가 누구의 입에서 나왔는지조차 그들은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들 각자의 입에서 나왔는지도 모른다. 실로 머리털이 쭈뼛 곤두서고 가슴이 서늘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만약 시민이 비차를 타고 잠시 성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면…….

“누, 누구의 소행일까요?”

정평구가 떨리는 목소리로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그렇게 물었다. 시민은 탄환이 박혀 있는 자기 옷에 시선을 못박은 채 심상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너무 그렇게 놀라시지들 마시게. 내 생각에는, 저놈들이 마구 쏘아댄 조총의 유탄이 아닐까 싶으이. 빗나간 탄환 말일세.”

그러자 덩치 큰 경호군사가 얼른 말했다.

“아닙니다, 장군. 어쩌면 장군을 암살하기 위해 몰래 성내에 잠입한 왜병의 짓인지도 모릅니다.”

“뭐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게 무슨 대순가? 허허.”

조운으로선 어느 쪽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비차가 성주를 살렸다는 사실에 숨이 막히는 듯했다. 비차가 아니었다면 시민은 분명히 살해되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