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대종각 건립을 기대한다
[특별기고]대종각 건립을 기대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11.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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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래 (연지사종환수국민행동 공동대표)

도심의 구(舊) 배영초등학교가 오랫동안 폐교로 있다가 이곳으로 진주교육지원청이 신청사를 건립해서 옮겨 왔다. 진주교육지원청 이전공사를 진행하던 중에 용역 받은 H문화재연구재단에서 학교 운동장을 팠더니 문화재로 보여지는 옛것들이 발굴되어 땅파기를 일시 중단한 바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진주교육지원청은 일제강점기에 진주성 북쪽의 연못을 메워서 일본인 자녀들의 교육을 담당했던 교정이었다.

예로부터 진주성 남쪽으로는 남강이 흐르고 북쪽에는 해자(垓字)기능의 큰 연못이 성벽을 따라 자리잡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인 1909년부터 일본인들이 진주성곽의 돌과 흙으로 연못을 메워 원형을 훼손해 상업적으로 활용한 그 연지(蓮池)가 있었던 이곳에는 진주교육지원청 외에도 교명이 바뀐 진주초등학교, 진주경찰서와 우체국, 중앙병원 등이 자리하고 있어 그 지역 일대의 지하에는 진주의 문화유산들이 대거 파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케 한다.

천년 전을 거슬러 올라 당시에는 연못가 뒤편으로 연지사라는 큰절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통일신라 초기의 연지사는 진주교육지원청 서쪽의 중안초교와 동쪽편 중앙병원(구 도립진주의료원)으로 형성했음을 학계는 추정한다. 서기 833년, 신라시대 흥덕왕 8년에는 황룡사의 대사가 주도했고 촌주와 지역민들이 합세해 지역의 안녕과 화합을 염원한 연지사종을 주조했었으나 임진왜란 이듬해인 계사년 6월 그믐날 진주성 함락으로 왜군에게 수탈됐다.

연지사종은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병참책사였던 오타니 요시츠쿠(大谷吉隆)가 전리품으로 수탈했다가 정유재란 때 나고야성에서 후쿠이현 쓰루가시 해변의 오타니가 사설신사로 옮겨져 420년이나 귀향하지 못하고 참담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연지사종은 일본에 남아 있는 50여점의 한국 종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제일 크며, 공예품으로 가치와 역사성이 평가돼 일본 국보 제78호로 지정됐다. 수탈되기까지 연지사의 종소리는 760여년 동안을 지역민들과 함께하면서 울림을 통하여 심상을 교화, 정화하는 역할을 수행했기에 빼앗긴 연지사종을 되찾아 복귀시키는 일은 국보급 문화재를 환수하는 시대적 소명인 동시에 잃어버린 역사를 바로 알게 하고 사라진 진주정신을 되찾는 일이자 진주의 혼을 부활시키는 매우 뜻 깊은 일이다.

420여년 동안 잊힌 역사를 온전히 발굴해 재조명한 그간의 연지사종 환수운동을 기반으로 이제부터는 신라시대의 종각을 고증해 아름다운 대종각(待鐘閣)을 미리 복원하여 환수의 열망을 결집하는 동시에 연지사종 환수를 바라는 간절한 기다림의 진정성이 국제사회에 전해져야 한다. 그리하여 일본의 양심가들이 빈 대종각을 대하면서 부끄럼을 느끼고 그들 스스로 반환의지가 확산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일본의 많은 양심가와 학자들이 해풍에 부식되고 있는 연지사종 복원에 앞장서서 언젠가 되돌려줄 때까지라도 진주 대종각에 걸겠다는 양심선언을 기대해 본다.

연지사종이 길고 긴 외유를 마치고 귀향하는 날, 대종각에 걸린 복원종은 그들에게 되돌림을 굳게 약속하는 호혜적인 한·일 교류를 전제하면서 연지사종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반듯하게 알리자. 도심의 대종각에서 울려 퍼지는 재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반목과 갈등을 치유하고 청아한 여운으로 지역정서를 아우르면서 대종각은 상징적인 조형물로써 지역의 관광진흥과 마케팅에도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조희래 (연지사종환수국민행동 공동대표)
 

 

2011081019_조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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