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情緖)의 편식
정서(情緖)의 편식
  • 경남일보
  • 승인 2014.12.0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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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원 (창원대학교 대외협력팀)
부모님들이라면 한 번쯤 자녀의 편식에 대해 고민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요즘에는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음식에 빠진 아이들이 늘면서 걱정의 무게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독서 편식’ 등 우리 미래세대들의 정서적 편식까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실 독서 편식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학들의 도서관 ‘대출 베스트셀러’ 상위 리스트는 판타지 장르가 잠식했고, 자기계발 서적이나 취업관련 책들이 뒤를 잇고 있는 형국입니다. 물론 이 책들의 ‘좋다, 나쁘다’를 따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특정분야의 책들만 골라서 읽는다면 정서건강에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덧붙여 필자는 ‘강연 편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사실 우리는 ‘강연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TV에서는 강연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이런저런 강연들을 접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전국 강연시장이 수조원에 이른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강연은 우리에게 긍정적 영감을 주고, 인생을 계획하는 데 길라잡이 역할을 합니다. 아쉬운 점은 강연에도 편식과 양극화가 존재한다는 데 있습니다. 저는 대학에 근무하는 직업 특성상 많은 강연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명한 정치인이나 기업인, 작가 등 강연자의 직업은 다양한 편입니다. 이런 강연장에 직접 갈 때마다 느끼는 점 가운데 하나는 청중들의 편중현상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취업이나 사회적 성공, 돈을 버는 투자방법 등 당장 솔깃한 실용형 강의는 많은 사람들로 채워지는 반면 인문학, 사회과학, 정치사안에 관한 강연장은 상대적으로 빈자리 많습니다. 음식이나 독서, 강연 등 세상 모든 편식은 수요-공급의 논리만이 아닌 여러 가지 복합적 인과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사람의 몸이나 정신이나 그 영양분이 한쪽에 편중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미래세대의 편식이 심해질수록 대학민국의 장래도 허약해질 것입니다. 우리 청년들이 고루고루 음식을 먹고, 풍부한 독서를 하고, 다양한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겠습니다. 
황상원 (창원대학교 대외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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