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선 5일장의 하루 <하동공설시장>
시간이 멈춰선 5일장의 하루 <하동공설시장>
  • 최두열
  • 승인 2014.11.3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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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 백제가 점령때부터 시장 형성돼
하동읍내시장
하동읍내시장(해산물)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봄의 시작을 알리는 하동은 북동쪽엔 지리산이, 지리산을 옆구리에 낀 섬진강이 남해바다까지 흐른다. 이 물길을 따라 화개, 범포, 광평 등 여러 시장들이 형성됐다.

하동지역시장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약 1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찍이 백제가 529년 3월, 다사진(지금의 구 노량진)을 점령하며 무역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여러 지역에서 소규모 재래시장들이 형성됐으며, 662년 이후부터 지금의 하동군 고전면 고하리 지역에 시장이, 신라 때는 하동 배다리 시장(주교장)과 범포시장(현 하동군 악양면에 소재)이 형성됐다.

조영남의 ‘화개장터’라는 노래로 유명해진 화개장은 관광지로서의 역할이 더 커졌다. 재래시장으로 운영되며 현재 5일장이 열리는 곳은 하동공설시장과 진교공설시장, 옥종공설시장 등 세 곳이다.

조선 말 하동시장은 진주시장·김천시장과 함께 영남의 3대시장으로 꼽혔으며 지리적 위치에 의해 지리산 임산물과 농작물, 남해의 해산물과 섬진강에서 나는 민물고기, 특산물인 녹차·감·밤·매실 등이 타지역에 비해 활발하게 거래되었다. 그러다 1915년 이장희 전 하동군수를 비롯한 30명의 유지들이 하동읍 중앙동에 현대화된 시장터를 마련한 후 해량진 시장과 광평시장을 이곳으로 이전해 왔다. 이후 3일·8일에 5일장 형식으로 장이 섰으나 1935년께부터는 2일·7일로 변경되었다.

1951년엔 하동읍 읍내리 249번지 현 시장 위치로 옮겨와 난전 형태의 장옥으로 유지되어오다 자연재해 등으로 해마다 그 피해가 반복되니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1976년 하동시장을 공설시장으로 등록하고 새롭게 단장하여 오늘날의 현대식 시장인 현재의 하동공설시장으로 변모됐다.

1960,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굳이 장날이 아니더라도 상인과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섬진강과 인접한 광양시의 진월·옥곡 사람들은 예부터 배를 타고 강을 건너 하동장에 왔으며, 장날 새벽이 되면 장정들은 나뭇짐을 지게에 지고, 아낙들은 강바닥에서 캔 재첩을 함지에 이고 왔으며, 강 넘어 건너온 전라도의 물자들까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지역감정은 하동장에선 먼나라 이야기였다.


1960, 1970년대 후반까지 성황
대형마트 등에 밀려 옛 명성 퇴색
郡, 시장활성화 방안 다양하게 시도
상인 주체돼 군민 하나돼 회생시켜야


 
하동읍내시장
하동읍내시장(어판대)


하동공설시장은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해 있다. 송정회센터·동네부엌·영남신발·여울목식당·통일상회·평화상회·우먼로드·화개청과·태성침장·파랑새·하동순대·꼬마친구·호야상회·꼬까방·다래탕재원·덕성미곡상회·읍내미용실···. 동그란 간판이 보기 좋게 달려 있다.

특히 하동순대는 큼지막한 떡에 저렴한 가격으로 장을 찾는 많은 손님들과 근처에 초등학교 학생들이 방과 후 주전부리로 많이 찾는 곳이다.

또 뒤쪽으로 향하는 골목길을 따라 한 발, 두 발 내딛다보면 어시장이 나오고 식료품 가게, 그릇 가게, 음식점, 반찬가게, 수산물 센터 등이 보인다. 시장 메인거리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하동순대가 있다면 뒤편에는 어른들이 즐겨찾는 팥칼국수집이 있다.

시장의 면적은 1만 3625㎥, 연면적은 4781㎥으로 꽤 넓은 규모다. 2010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점포는 47동에 471칸, 점포의 총면적은 4596㎥이다. 그 외 123㎥ 규모의 2층 건물과 63㎥ 크기의 화장실 3개 동이 있다. 시장 바깥으로 나가면 농협, 파출소, 우체국, 병원, 산림조합, 터미널 등의 공공기관과 다양한 편의시설들이 늘어서 있어 시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장거리를 구매할 뿐만 아니라 그 외 여러 가지 일들을 한꺼번에 행할 수 있는 구조다.

또 앞서 봄을 알리는 곳이라 할 만큼 길따라 심어진 꽃나무들을 구경하기 위해 산책하러 시장에 들르는 일도 적지 않다. 굳이 뭔가를 사지 않아도 만개한 벚꽃만큼 화사한 곳이 하동시장이다.

지금도 2일과 7일, 장날이 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곤 하지만 옛 명성에 비하면 조금은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시설은 점점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하지만 대형 슈퍼 마켓들 또한 급증하니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동읍내시장


하동공설시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동경찰서 쪽 입구와 농협 쪽 입구에 간판에 적힌 ‘소설 토지 하동읍내시장’ 문구도 그 일부분이다.

군과 번영회는 2011년부터 2년 동안 ‘5일장을 문화광장으로’를 슬로건으로 시장 활성화 방안을 다양하게 시도했다. 시장경영진흥원 ‘2012 공동마케팅 지원사업’에 선정돼 인제대학교 통기타·댄스 동아리 등 대학생 동아리를 초빙하여 공연을 펼치고, 7080 등 공연을 통해 기존 방문객들뿐만 아니라 젊은 층과 관광객들을 시장으로 끌어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대치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대형마켓들이 늘어가고, 교통발달로 전국이 일일생활권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 상인들과 군 관계자들은 더욱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질 좋은 품목이 있더라도 홍보가 되지 않으면 찾는 이가 없을 것이고, 홍보가 아무리 잘 돼 있어도 손님들이 만족하지 못하면 되레 안 좋은 결과만 나을 뿐이다. 결국 찾는 이들과 마주한 채 장사를 하는 것은 시장 상인이다. 상인들이 주체가 되어 전통문화인, 지식인, 지역주민, 대중매체, 군 관계자들이 하나돼야 한다. 그렇게 될 때 하동공설시장이 다시 한 번 하동의 랜드마크가 되는 일도 불가능은 아니라고 본다. 최두열기자



 
하동읍내시장
하동읍내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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