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인간관계
  • 경남일보
  • 승인 2014.12.0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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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법학박사 전 진주경찰서장)
 
언젠가 책에서 읽은 이야기입니다. 어느 예술가가 창가에 앉아 바깥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떤 사람이 물건을 포장하는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예술가는 그 사람의 가슴에 새겨진 ‘잘 깨짐’이란 그 문구를 발견하고 ‘아하, 사람은 깨지기 쉬운 존재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의 등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취급주의’. 그 예술가는 그 사람의 등에 새겨진 글을 보고 다시 한 번 무릎을 쳤습니다. ‘맞아, 사람은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거야.’

며칠 전 대수롭지 않은 저의 말 한 마디에 크게 상처를 입었다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20년쯤 지난 이야기입니다. 저는 기억을 할 수 없지만 제가 경찰서 과장으로 있을 때 길거리에서 만난 친구에게 자당의 안부를 묻는다는 게 무심코 자당의 직업얘기를 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모친이 무업(巫業)을 하고 있던 것에 내심 자괴심 같은 것을 갖고 있던 친구는 크게 자존심이 상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입은 마음의 상처를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가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털어 놓는 것이었습니다. 내 딴에는 자당의 하는 일까지 잘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친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한 말이었겠지만 친구는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친구가 저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기에 저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도 쉽게 다치고 쉽게 깨졌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신중하지 못한 작은 일로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미국의 카네기 공대 졸업생들을 추적조사한 결과 “성공하는데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은 15%밖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나머지 85%가 인간관계였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우리 주위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사소하고 작은 일도 소홀히 취급하지 않고 잘 챙겨서 인간관계를 잘 맺어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관계는 절대로 저절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맞는 합당한 대접이라는 퇴비를 먹고 성장하는 것이 인간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강선주(법학박사 전 진주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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