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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플러스 <106>합천 악견산634m 이 작은 산에 '악'소리가 난다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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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2.14  1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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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월악산·치악산은 우리나라 3대 악산으로 불린다. 등산인들 사이에서는 ‘악’자가 붙은 이 세 개의 산을 험준하고 아름답다 하여 ‘삼악’이라 부르며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한자 ‘악(岳)’은 큰 산, 높은 산, 긴뿔 모양의 의미가 있다. 공통점은 치악산 비로봉 1288m, 설악산 대청봉 1707m, 월악산 영봉 1097m로 고도가 1000m를 훌쩍 넘고, 산세가 험준할 뿐 아니라 지형이 화려한 기암괴석으로 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도내에서는 감악산과 함께 ‘악(岳)’자가 붙은 산이 합천의 악견산이다. 해발 634m에 불과하지만 고도가 낮은 것을 제외하면 암벽으로 치장한 산세가 험준하고 아름다워 삼악에 버금가는 면모다. 여기에다 합천호, 황매산, 금성산, 허굴산 등 화려한 조망권, 임진왜란 때 나라를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의병들의 흔적 악견산성(경상남도기념물 제218호)이 있어 역사적 의미도 더한다.

경상도속찬지리지에 악견산성은 1439년에 쌓았다고 기록돼 있다. 일부에선 임진왜란 때 성주목사 곽재우가 보수했다고 전한다. 보존이 잘된 석축은 높이 2m 이상이 남아 있고 산꼭대기의 평지에는 건물터가 남아 있다. 특히 정상은 바위지대로 이들이 얽히고설켜 석문이 형성돼 있다. 연계 산행하는 의룡산에도 바위암반이 고래등처럼 누워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등산코스: 합천호 주차장→여울식당·아리랑식당 뒷길→임도→악견산 이정표→악견산성1→철제사다리→산성2→건물터→정상→석문→의룡산·용문사갈림길→임도→바위지대→의룡산→암릉 전망대(하산)→황강→용문정 솔밭. 휴식포함 5시간 45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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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호 전경


▲오전 8시 25분, 합천호 아래 주차장에서 도로를 따라 100여m 내려오면 여울식당 간판이 나온다. 임도를 따라 아리랑식당 여관 뒤 사잇길로 400여m 들어가면 왼쪽 방향에 악견산으로 가는 길이다.

초입, 겨울철 먹이가 부족한 멧돼지들이 산기슭까지 내려와 조상의 묘소를 파헤치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산소 내에 음식을 버리지 말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고도를 높이면 산 주변 전경이 살아난다. 왼쪽 만수위 합천댐이 서서히 수면을 드러내고 뒤로는 창의사와 임진왜란 창의기념관이 그림처럼 등장한다.

출발 30여분 만에 만나는 첫번째 악견산 성터. 오백년의 세월, 몇개의 기단만 남은 채 허물어졌고 일부 성돌은 나뒹굴고 있다. 성터라기보다는 집터나 돌무더기같다. 다시 20여분 정도 오르면 낡은 로프와 수직으로 곧추선 철제사다리가 기다린다. 1970년대 설치한 것으로 동시대 산을 즐겼던 사람들의 추억을 간직한 소재다.

2번째 성터는 규모가 제법 크다.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길고 높다. 기단부는 산의 지형에 의지해 돌을 채우는 산탁(山托)공법을 썼고 윗부분은 안팎에 두겹으로 쌓은 협축(夾築)공법이다. 보존상태가 좋은 곳은 석축 높이가 2m 정도 남아 있다. 조선시대 특유의 성 축조법이라는데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아쉽다.

임진왜란 때 권양, 박사겸, 박엽 등 의병들이 축성해 주민과 함께 왜적에 맞서 목숨을 건 전투를 벌였다. 이 전투에서 전하는 얘기. 전투가 길어지자 의병들은 옆에 있는 금성산과 악견산 사이에 줄을 매달았다. 그들은 줄에다 삿갓과 붉은 옷차림을 한 허수아비를 띄웠다. 달밤에 둥실 뜬 허수아비는 산신으로 보였고, 이를 목격한 왜적은 겁에 질려 패주했다 한다.

출발 1시간 20분 만에 바위로 장식돼 있는 산정에 도착한다. 정상석은 원래 높은 바위 위에 있었으나 아래에 내려져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좁은 정상석까지 오르는 사람들이 있어 사고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내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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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강가 합천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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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터.


정상의 조망은 산상호수처럼 고요한 합천호다. 겨울철 빙어가 많이 잡혀 식도락가들이 많이 찾아와 수입을 올리고 있다. 현장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요즘은 포장구입도 가능하다.

합천호 바로 옆에 기암의 봉우리는 월여산이며 뒤편에는 금성산 허굴산, 더 멀리는 황매산이다. 이정표는 진행해야 할 의룡산 2.8km를 가리킨다. 바위지대가 계속된다. 그래서 바위 틈을 비켜가거나 석문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아찔한 경험을 할 수가 있다. 위험하기 때문에 머리를 조심하고 앞에서 끌어주거나 뒤에서 밀어주면서 이동해야 한다.

오전 10시 30분께 고도를 낮춘 후 갈림길에 도착한다. 산정에서 400m 내려온 지점으로 이곳에서 진행방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직진해 바로 가면 의룡산으로 갈 것 같지만, 실제는 오른쪽으로 꺾어 산 아래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직진은 용문사 방향이다.

솔숲 가시덤불 하산 길을 재촉하면 임도가 나온다. 경운기가 다닌 흔적이 있는 임도를 넘어면 이번에는 의룡산 산행의 오름길이 시작된다. 산모롱이 양지 바른 곳에 터를 잡은 산초열매가 꽃을 피우듯 터졌고 때늦은 가을 단풍은 가을의 끝을 부여잡고 있다.

의룡산 중턱에서 한차례 암릉이 솟구친다. 겨울 앞에서 상록수 소나무는 거무튀튀하게 제 빛깔을 내지 못하는데 그 사이 용아처럼 삐죽삐죽 튀어나온 바위의 하얀빛이 조화를 이룬다.

산 아래 굽이치는 황강 옆에 영화·드라마 촬영장인 합천영상테마파크. 2004년 건립한 것으로 1920년대에서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특화된 오픈세트장이다. 드라마 ‘각시탈’, ‘빛과 그림자’, ‘서울1945’, ‘에덴의 동쪽’, ‘경성스캔들’, 영화 ‘써니’, ‘태극기 휘날리며’ 등 67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됐다. 최근에는 산 뒤에 청와대와 똑같은 건물을 짓고 있다.

의룡산 정상도 바위지대이다. 지나온 악견산의 줄기를 볼 수 있는 구간이다. 정상에서 황강 쪽으로 방향을 잡아 진행하면 이제부터는 하산 길. 중간에 두세 차례의 암릉이 나타나는데 광활하게 펼쳐지는 악견산과 의룡산의 실루엣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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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견산 석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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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초열매
암릉지대에서 1시간 정도 휴식한 뒤 오후 1시 10분 파도처럼 휘어진 산세를 돌아간다. 산마루에 서면 발 아래 황강이다. 멀리 산기슭에 다랑이논과 조화를 이룬 마을이 정겹다. 등산로는 바위지대의 산마루에서 돌아 나와야 된다. 이때부터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벼랑길이다.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높게 치솟은 바위가 빌딩처럼 서 있고, 그 사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길을 내려서야 한다. 워낙 경사가 커 서서 내려가도 엉덩이가 땅에 닿는다. 협곡을 벗어나면 이번에는 바위가 노출된 벼랑길, 로프에 의지해야 한다.

순간, 로프를 잡은 손이 길게 미끄러지며 손바닥을 훑고 지나는데 인두로 지지는 것처럼 화끈하더니 이내 물집이 잡혔다. 장갑을 벗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곳곳에 양탄자처럼 바위를 뒤덮고 있는 이끼가 원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후 2시 10분, 황강을 건너고 평해군수유공장구지소 석각 옆으로 올라 합천 호수로에 서면 산행은 끝난다. 만은 유수정(1484∼1534)이 유유자적했던 용문정과 솔숲이다. 그는 1519년 을유사화 때 대사헌 조광조 등 신진사류들이 화를 당하자 벼슬을 내려놓고 이곳에 용문정을 짓고 현인 문객들과 교류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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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룡산 바위지대에서 본 악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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