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66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66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2.08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장 3. 운명의 총성
그들은 탈을 쓴 인형을 3층으로 만들어 차례차례로 사다리를 타고 올려 조선군을 속인 다음에 성을 타고 올라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공성군을 보호하기 위해 무려 1천여 명의 기마병들이 매캐하고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돌진하면서 조총을 마구 발사했다.

피아간에 핏물이 튀고 살점이 날았다. 그밤이 지나면 아무것도 남아 있지 못할 듯했다. 빗발같이 퍼붓는 탄환, 낙엽인 양 날리는 화살, 우레 같은 함성, 아비규환의 비명소리, 삼대처럼 즐비한 시신들, …….

그런 전장 속을 왜장들은 귀신같이 괴상망측한 복장을 하고 말을 달려 횡행하면서 칼을 휘둘러 독전하였다. 특히 쌍견마를 타고 마구 고함을 지르며 가장 크게 설쳐대는 적장이 있었으니 그자는 바로 장강충흥의 아우인 장강현번지윤이었다.

그러면 성 안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었던가? 수성장인 목사 김시민은 동문 북격대에서 전투를 총지휘하였다. 어려서부터 체구가 우람하고 씩씩한 기상이 무인으로서의 뛰어난 풍모를 돋보이게 하는 그였다. 온 성민(城民)들이 어버이와 같이 여겨 상하일체, 서로 어긋남이 없도록 은혜로써 대해온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판관 성수경은 동문 옹성(甕城)에서 죽기로 싸웠다. 옹성은 중요한 성문을 보호하기 위하여 성문 밖으로 또 한 겹의 성벽을 둘러쌓은 이중 성벽으로, 외부에서 성내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든 여기를 먼저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성벽에서 바깥쪽으로 돌출되어 있는 구조로서 접근하는 적을 3면에서 입체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훌륭한 시설물이었다.

궁사수들은 있는 힘을 다해 연이어 대궁을 쏘았다. 손가락이 물러터지고 어깻죽지가 빠질 것 같아도 멈추지 않았다. 소총수들은 진천뢰와 질려포를 발사했다. 아이들은 돌팔매질을 하고 바윗덩이를 굴렸다. 여자들은 펄펄 끓는 물을 끼얹었다. 늙은이들은 벌겋게 불에 달군 쇠붙이를 던졌다. 하나가 되어 짚을 태워 어지럽게 날렸다.

왜군은 길목에 깔아놓은 물밤쇠(마름쇠, 능철)를 밟고 비명을 올렸다. 끝이 날카롭고 여러 갈래가 진 그 무쇠는 훌륭한 방어물이었다. 왜군은 조선군 주무기인 화살을 맞고 거꾸러졌다. 저들도 화살을 날렸지만 궁술로는 도저히 조선군을 대적할 수 없었다. 돌에 맞아서도 죽고 바윗덩이에 깔려서도 죽었다. 대가리와 안면이 깨지고 불탄 자가 수없이 많았다. 진천뢰에 부딪혀 엎어져 죽은 적이 삼(麻)과 같았다.

그러나 그곳 조선군은 미처 내다보지 못했다. 사실 자신들에게 방어 임무가 부여된 그 한 곳을 지키기도 너무나 힘든 판국에 다른 곳을 돌아볼 틈이 없었다. 땅에는 시체만 쌓여가고, 하늘에는 까마귀들만 날아다녔다. 저승사자 같았다.

여기는 구북문. 성 동쪽에서 그렇게 한창 격전을 벌이고 있을 때, 또 다른 왜군 부대 1만여 군사가 어둠을 타고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돌연 구북문을 향해 쳐들어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