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용서(容恕) 하소서
[경일칼럼]용서(容恕) 하소서
  • 경남일보
  • 승인 2014.12.0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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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우리는 대인관계 속에서 세상을 살아간다. 이 세상에서 가장 선한 것도 인간이고 가장 악한 것도 인간이다. 또한 가장 간사한 것도 인간이다. 선할 때는 천사 같고 악할 때는 악마 같다. 매일매일 연속되는 대인관계 속에서 배은망덕한 사람을 접하게 될 때도 있다. 은혜를 입었으면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할 텐데, 고마움은커녕 적반하장인 것이다. 지금 우리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이로우면 삼키고 조금이라도 손해가 되면 뱉어버리는 감탄고토(甘呑苦吐)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위 ‘의리’라는 것은 찾기가 싶지 않다. 그래도 올해를 보내면서 자신에게 배신한 사람도, 자신에게 죄를 지은 사람도 용서하자. ‘엘리잘 벤주다’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은 용서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용서는 약한 자는 절대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고 강한 자의 특권이다. 약한 자도 용서를 하는 순간 강한 자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존경 받는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다. 노예해방을 단행한 링컨은 흑인의 인권을 평등의 반열에 올려 놓은 것이다. 링컨 대통령의 최대 정적은 에드윈 스탠턴(stanton) 변호사이다. 사사건건 링컨을 비판하고 모욕적인 언사로 선동했다. 심지어 고릴라의 원종이라고까지 말했던 그를 대통령이 된 링컨은 내각을 구성할 때 참모들의 적극적인 반대에도 스탠턴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했다. 세월이 흘러 링컨 대통령이 워싱턴의 포드 극장에서 존 윌크스 부스의 흉탄에 맞아 쓰러져 그 유해가 안치된 좁은 방에서 제일 많은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고 슬퍼하던 사람이 스텐턴 장관이었다. 그는 링컨 대통령의 유해를 보며 눈물을 흘리면서 여기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통치자가 누워 있다고 말했다. 링컨은 자신을 미워했던 원수까지 용서함으로써 자신의 편으로 만든 것이다.

용서를 하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임상학적으로도 증명이 되고 있다. 미국의 최고 병원 중 하나인 ‘메이요 클리닉’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타인이 자신에게 잘못을 했을 때 그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경우 자신의 혈압과 심박수를 높이는 원인이 되어 심혈관계에 큰 부담을 준다는 결과가 나왔고, 반대로 다른 사람을 너그럽게 이해하고 용서할 경우 내재된 불안감과 우울감이 감소하며 자존감이 향상될 뿐 아니라 부정적인 신체반응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복수는 복수하는 사람과 복수당하는 사람 모두를 파멸시킨다. 그러나 용서는 용서하는 사람과 용서받는 사람 모두를 축복한다. 복수를 해서 승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 용서함으로써 진정한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나 자신을 살펴보면 그곳에도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이 있다. 거짓과 위선, 분노와 질투, 허영과 사치, 멸시와 무시, 태만과 나태, 교만과 교활, 미움과 욕망, 고집과 이기심 등 차마 부끄러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그런 나를 끊임없이 용서하고 용서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아무리 미운 사람도 내가 나를 용서했듯이 그를 용서해야 한다. 부디 나를 먼저 용서해 주시고 인류 모두를 용서하소서.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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