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67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67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2.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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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장 3. 운명의 총성
그들은 긴 사다리를 들고 방패를 짊어지고 있었는데, 그 기세가 금방이라도 성 위로 올라올 것같이 무섭고 드세었다.

“아, 큰일 났다! 저놈들이 어디 있다가 나타났지?”

“어두워서 우리가 몰랐다.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

성가퀴를 지키던 수성군 사이에 큰 소요가 일었다. 공성군은 군사 수로나 무기로나 너무 강해 보였다. 통탄할 노릇이었고 대책이 없었다. 끝내 모두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의 철통같은 수비가 무너지면서 성이 함락되기 직전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성 위로 뛰어 올라오는 적을 쉼 없이 칼을 휘둘러 베면서 물러서지 말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는 사람이 있었다. 전 만호 최덕량이었다. 그는 수성대장으로서 조금도 흠이 없는 용맹스러운 장수였다. 그는 피를 토하듯 고함쳤다.

“이곳이 무너지면 성 전체가 끝장이다!”

그러자 누군가 최덕량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소리쳤다.

“좋소이다! 나도 함께 싸우리다.”

최덕량이 싸우면서 바라보니 영장 이눌이었다. 최덕량은 자기에게 덤벼드는 또 한 놈을 베면서 말했다.

“고맙소, 영장!”

이눌도 바로 앞에 나타난 적을 향해 번개같이 칼을 내리치며,

“천만에요. 나도 똑같은 이 나라 백성이외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왜군과 대적하고 있는데, 또 한 사람이 와서 그들과 더불어 적을 물리치기 시작했다. 최덕량과 이눌이 반가운 소리를 냈다. 군관 윤사복이었다. 조선시대 중앙과 지방의 군사기관에 소속되어 장수 휘하에서 여러 군사적 직임을 수행하던 장교급의 무관이 군관이었다.

“얍! 죽어라. 도둑고양이같이 야음을 틈타 기어들다니?”

“방패를 짊어지고 있는 꼬락서니들이 우습구나.”

세 사람은 각자의 무기로 끝없이 적을 무찌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불타는 전우애로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고 격려했다.

“우리가 죽기로 싸우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오.”

“맞소이다. 저놈들이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소.”

“아, 조심하십시오. 옆에 적이……!”

그러나 베어도 베어도 줄어들지 않는 적군이었다. 점점 지친 그들이 아슬아슬한 위기를 넘기며 힘겹게 선전 분투하고 있을 때였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장군! 우리가 왔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이 한 목숨 바쳐 성을 지키겠습니다.”

놀랍게도 적의 공세에 눌러 달아났던 군졸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시 몰려온 것이다. 힘이 되살아난 최덕량이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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