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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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4.12.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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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두상 (진주중앙중학교 교사)
제두상

가정이나 사회에서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마음을 열어 친근한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은 대화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고 참석한 자리가 어색하고 불편하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만약 어떤 자리에서 한 마디 말도 없이 침묵만 지키고 비언어적 표현인 몸짓으로도 표현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기분이 어떠한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내가 하는 말을 수용한다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는 것인지에 대한 그 사람의 마음을 알기란 어려울 것이다.

슬픈 일이 있을 때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하여 자기감정을 드러내 놓고 그 마음을 나누고 나면 그 상황을 이겨내고 일어서기가 쉽지만, 자기 혼자서 슬픔을 감당한다면 그 무게로 인해 주저앉기 쉽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학교에서 친구와 선생님 어느 누구에게도 하루 종일 말을 하지 않는 학생이 있다.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까 싶어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여러 번 만나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해보려고 했지만 그 학생의 마음을 열지 못했다. 학교생활의 하루일과 중 어떤 사소한 것에 대한 것 한 마디라도 친구에게 표현해 보라고 말해 보지만 반응이 없다. 어떤 고통이 내재하고 있어 그렇게 견고한 옹벽을 쳐 놓고 자신을 그 공간에 가두는 것일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은 지역 전문상담사가 그 학생의 집을 방문해 심층상담을 하고 있다는 것과 가정에서 오직 자기 할머니와만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꿈키움 교실 선생님에게 들었다. 대화의 연결통로가 할머니 한 사람에게 국한되어 있긴 하지만 마음을 나눌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점에서 안심이 된다. 사랑과 관심이 그 학생의 무의식에 잠재된 마음속 깊은 상처를 치유하여 머지않은 날에 친구들과 인사도 나누고 대화를 하면서 서로 교감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덤불이 무성한 길을 수레가 한 번 지나가고 두 번 지나가고 반복하다 보면 멋진 길이 만들어지듯이 앞으로 어울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머리와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것들을 표현하면서 또래의 학생들처럼 건강하고 정서적 풍요로움이 가득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제두상 (진주중앙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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