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프랑스, 그들은 낭만을 판다
[의정칼럼]프랑스, 그들은 낭만을 판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12.0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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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 (창원시의회 경제복지문화여성위원장)
최근 의원연수를 통해 서유럽 3개국을 포함한 프랑스 파리를 다녀올 기회를 가졌다. 이를 통해 선진문화와 복지제도, 문화유산을 통한 감성의 진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에펠탑은 파리하면 떠오르는 상징적 조형물이다. 세느강을 내려다보며 고고히 서 있는 유럽 최고의 도시 파리는 유럽관광의 백미이고, 에펠탑은 찾고 싶은 명소 불변의 1위이다. 하지만 1889년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 기념 조형물로 처음 세워졌을 땐 파리의 수치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금속조각과 나사못으로 이루어진 조악한 모양새가 파리의 아름다움을 망가뜨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소설가 모파상(1850~1893)은 에펠탑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자주 했다. 적어도 그 안에 있는 동안에는 이 흉물을 안 봐도 되지 않느냐는 게 그 이유였다. 또한 몽소공원 내에 자리한 자신의 동상이 에펠탑을 보지 못하도록 등을 돌려 세웠다고 하니 당시 예술인들의 에펠탑에 대한 혐오가 얼마였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고작 5층짜리 건물이 고층빌딩 소리를 듣던 시절에 330m 높이의 철재탑을 도시 중앙에 세운다는 발상에 파리 시민들은 경악했다.

하지만 현재 파리시는 에펠탑 입장료와 기념품 판매 등으로 매해 수천만 유로를 벌어들인다고 하니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에서 에펠탑을 보기 위해 파리를 찾는 관광객은 매년 3000만명에 이르고 텔레비전이나 책자의 지면광고에 에펠탑의 사진을 쓸 때도 로열티를 지불한다고 한다. 이러한 유명인들의 혐오가 자연스레 스토리텔링으로 엮이고 파리라는 도시의 낭만적 환경과 예술성이 더해져 에펠탑은 파리의 보석이 되었다. 프랑스는 파리라는 도시에 에펠탑을 끼워 넣고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낭만을 팔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떼로 몰려드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들로 당황스럽다. 연간 1억명 가까운 중국의 해외출국 관광객중 한국을 찾는 비중은 4%가 채 되지 않는다. 중국인의 해외관광 10대 선호국에 한국은 끼어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한국은 600만명의 유커 때문에 관광, 패션, 음식료, 심지어 주식시장, 천혜의 관광지 부산,제주의 땅값, 집값까지 영향을 받는다.

파리를 여행하는 이들은 자고 일어나면 창가에 보이는 에펠탑을 바라보며 파리의 낭만을 가슴속에 아로새기지만 우리는 그저 싼맛에 다녀오는 쇼핑관광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을 찾는 유커의 65%는 쇼핑이 목적이라고 한다. 한국을 찾는 진짜 이유가 한국의 문화를 보기 위함이 아닌 중국내 높은 세금으로 인해 한국에서 싼값에 명품을 쇼핑하기 위함이다. 거기에다 중국인을 낮춰보는 한국인의 정서는 불친절과 바가지 상흔으로 이어진다.

문화를 파는 관광은 문화적 향취에 낭만이 덧입혀져 환상을 불러일으키지만 쇼핑만을 위한 관광, 중국인을 봉으로 아는 우리 관광한국의 현주소는 불쾌함만 줄 뿐 미래가 없다. 쇼핑이 전부가 아닌 우리만의 우아하고 격조 높은 문화를 파는 문화관광으로 격상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유커관광은 중국의 조세정책 변화 하나로 바로 쪽박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이상인 (창원시의회 경제복지문화여성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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