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전은 시민혁명으로 거듭나야
[기고]안전은 시민혁명으로 거듭나야
  • 경남일보
  • 승인 2014.11.0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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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형판매장에서 직접 겪은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평일 오후였지만 쇼핑객들이 제법 많았다. 갑자기 화재경보 사이렌이 반복적으로 울리더니 곧이어 “2층 ○○매장에 화재가 발생하였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이 서너 번 나왔다. 비상구를 찾으려고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고 있을 쇼핑객, 무전기를 들고 연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을 매장 지배인들을 상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나의 기대와는 달리 조용했고, 사람들은 마치 아무 일이 없는 듯 행동했다.

몇 년 전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 초기 장면을 동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객실 내 연기가 조금씩 들어오는 데도 승객들은 가만히 팔짱을 끼고 있거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다중심리’로 해석한다. 즉 옆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 있으니까 ‘별일 아니겠지’하고 자신의 의중과 관계없이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사람의 심리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으면 옳은 일임에도 본인 또한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수를 따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정말 위급할 때에는 자신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시 되뇌고 싶지 않지만 지난 4월, 국가적 대참사를 겪은 후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시설물 점검이 실시되었고, 소방교육과 각종 훈련으로 온 나라가 야단법석이었다. 하지만 강당 같은 곳에서 100여명 이상이 모여 푹신한 의자에 앉아 별로 재미도 없고, 자기 업무와 직접 관계도 없는 마치 교양강좌 같은 안전교육 한 시간 받았다고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겠는가.

선진국형 안전문화가 정착되려면 국민들이 직접 위기상황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낄 수 있는 체험형태의 입체적 교육이 되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온 국민이 이런 기회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면 화재 사이렌이 울리는 데도 비상구를 찾지 않고 쇼핑을 즐기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대형화재도 알고 보면 아주 사소한 부주의와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국가는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의무가 있는 반면 국민도 국가를 안전하게 수호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난대응 기관인 소방서의 문턱이 닳아지도록 안전정보를 받아가는 시민혁명이 일어났으면 한다.

/박진욱·하동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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