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바람직한 공직자상
<이준의 역학이야기> 바람직한 공직자상
  • 경남일보
  • 승인 2014.12.1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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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요·순·우임금의 이야기는 전설로 전해지면서 신화적 색채로 채색되어 그 사실 여부를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그러나 이 전설이 중국을 비롯한 동양 여러 나라들의 이상적인 정치가 또는 공직자의 상으로 자리 매김 되었다. 지금도 여러 나라들에서는 이런 이상 정치를 흠모하며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이들이 보인 모습은 백성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 검소한 생활, 백성들을 위하여 손발이 부르트는 열심과 정렬, 덕망 있고 어진 이들의 공직에의 초빙, 공정한 일처리 등이다. 특히 순임금의 경우 사람들이 그의 덕을 사모하여 모여 들어 1년이 되면 마을을 이루고, 2년이 지나면 읍이 되고, 3년이 지나면 도시가 될 정도로 감화가 컸다. 슬기로운 점들은 많으나 꼼수는 없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이들의 모습을 내심 은밀하나 강렬하게 기대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혹여 사람들의 이러한 열망들이 ‘요·순·우’라는 이상적 인물들을 만들어 내었는지도 모른다.

어떻든 정치의 요체, 공직의 핵심은 백성들에게 풍요로움과 편안함을 주는 것이라는 명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은 내용임이리라.

반면 작금 우리의 언론에 비추어지는 일부 공직자의 모습은 분노의 차원을 넘어 차라리 허탈하기 조차하다. 또한 힘세고 백 있고 돈 많은 세칭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갑(甲)질’ 행태는 힘없고 백 없는 민초들의 마음을 휑하니 허탈하게 휩쓸어버린다. 물론 밥에 돌이 ‘많다 많다’ 하여도 돌 알갱이 수보다는 밥알수가 더 많기는 하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우물을 온통 흐리게 하는 이치처럼, 일부 공직자들의 극소수의 일탈적 행태가 공직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스산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국민들은 우수한 고교성적에, 일류 대학에, 선진국의 유수한 대학에, 높은 점수로 고시에 합격한 훌륭한 공직자들이 이른바 요와 순과 우는 아니라하더라도 그의 흉내만이라도 국민들을 위하여 내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 우수하고 유능한 인물들일수록 더욱 오만하고, 그들만의 커넥션, 그들만의 리그를 탄탄하게 구축하여 일반 서민들은 그들에게 눈길조차 돌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그럴듯한 명분과 규칙을 겉으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그들의 선호도와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인물들에게만 문을 열어둔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런 커넥션과 리그가 온 국민들의 풍요와 행복을 가져다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이익과 권력을 확보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교묘하게 활용된다. 그리하여 그들의 관계는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공공 관계적 네트워크’가 아니라 그들끼리 독식하는 ‘블랙 커넥션’이고 ‘무의사결정’이 된다.

옳은 관운(官運)이란 자기 혼자 잘 먹고 잘살기 위하여 승자독식의 출세가도로 치올라가는 간신배(奸臣輩)의 처신술이 아니라 막강한 영향력으로 모든 이들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주는 청정한 성인(聖人)의 기운을 말한다. 공직을 의미하는 관성(官星)이란 아극자(我克者)로 앞서 예를 든 요순우처럼 개인적으로는 사실 괴로운 자리이다. 또한 그것은 시대와 공간과 민심에 따라 적합하고 적절하게 처신하여야 함을 의미하는 상황적응적인 것이다. 선거로써 공직자가 된 이들은 물론 자기의 정치적 이념을 구현하기 위하여 노력을 하여야 하겠지만 오로지 그것만 고집하거나 자리를 이용하여 이권을 챙길 때 천지(天地)간에 참으로 부끄러운 이름이 될 것이다.

공직자는 좁은 의미에서의 ‘그들 관계’보다는 넓은 의미에서의 ‘우리 관계’에 보다 더 신중하여야 할 것이다. 공직은 곧 넓은 봉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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