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70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70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2.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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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장 3. 운명의 총성
“무슨 소리요? 죽다니?”

정색을 하고 쏘아보는 시민의 눈빛이 매서웠다. 성수경은 당황하여,

“아, 제가 망언을……?”

시민이 물새가 막 사라진 허공 어딘가로 눈길을 보내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될 게요. 우리가 승전보를 끊임없이 울릴 것이다, 그 말이오. 하하.”

“장군께서 지키시는 한, 꼭 그렇게 되겠지요.”

시민이 다시 고개를 성수경에게로 돌리며,

“성 판관, 지금 그 말씀 정정하시오. 우리 군, 관, 민이 지키는 한, 그렇게 말이오.”

시민이 웃었고, 성수경도 따라 미소 지으며,

“알겠습니다. 역시 장군께서는…….”

그러나 뉘 알았으랴. 하늘이 통곡하고 땅이 울부짖을 일이 벌어질 줄은. 그것은 그들이 그런 말을 주고받으며 왜군 시체가 작은 산이나 언덕같이 쌓여 있는 곳을 막 지나고 있을 때였다.

“타-앙!”

운명의 총성이 터졌다. 으윽! 갑자기 시민의 손이 왼쪽 이마로 갔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시민은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성수경이 단말마처럼 소리 질렀다.

“목사 영감께서 쓰러지셨다! 목사 영감께서 쓰러지셨다!”

실로 귀신도 정신이 없을 만큼 한순간에 벌어진 사태였다.

“여봐라! 어서 장군을 안으로 모셔라, 어섯!”

성수경은 땅바닥에 쓰러진 시민의 몸을 끌어안고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문득 고개를 치켜들고 총탄이 날아온 방향을 노려보았다. 그 순간, 그에게서 외마디가 튀어 나왔다.

“아, 저, 저기……!”

성수경의 눈이 한 곳에 딱 고정되었다. 그랬다. 왜군 시신들 속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있었다! 그자는 자기 아군 시체더미 속에 죽은 것같이 몸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성수경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며 급하게 외쳤다.

“저, 저놈이다! 저놈을 죽여라!”

놈은 언제 또 다른 총탄을 날려 올지 몰랐다. 민첩한 조선 군사 몇이 그자에게 번개같이 달려들었다. ‘억!’ 숨넘어가는 소리가 났다. 조선군이 단숨에 칼로 벤 것이다. 그자의 손에서 조총이 굴러 내렸다. 성수경은 부하들이 시민의 저격범을 처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 후에 그동안 다른 군사들이 시민을 모셔놓은 곳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어떻게 되셨느냐?”

목사가 불시에 왜군 총을 맞고 실신했다는 급한 전갈을 받은 각 성문 수장들도 앞다퉈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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