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71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71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2.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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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장 1. 이광악나무
응급처치를 받은 시민은 잠시 후 깨어났다. 하지만 누구 눈에도 몸이 예전같지 못했다. 솔직히 가망이 없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이마에 탄알이 박혔으니 손을 쓰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아직도 싸움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왜군은 또다시 아귀같이 끈질기게 공격을 해왔다. 장수들은 머리를 맞대고 긴급회의를 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소이다.”

전 만호 최덕량이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목사 대신 누군가가 지휘를 해야겠습니다.”

영장 이눌이 적진 쪽을 돌아보며 낮은 소리로,

“적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될까 봐 정말 걱정입니다.”

“허, 대체 이 일을 어쩌지요?”

군관 윤사복의 음성이 캄캄했다.

“목사 영감께서 소생하실 희망은 전혀 보이질 않아요.”

판관 성수경이 신음하듯,

“그렇소. 이대로 있다간…….”

곤양군수 이광악이 허리에 찬 장검을 철커덕거리며,

“지금까지 피로써 지켜온 성이 왜군들 수중에 떨어지게 되오.”

몇 사람이 거의 동시에,

“일각도 지체해서는 아니 될 일이오.”

긴박하면서도 신중한 논의 끝에 곤양군수 이광악에게 작전 지휘권을 맡기자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이광악이 낯을 붉히며 거절했다.

“이 사람더러 천추에 씻지 못할 죄인이 되라는 것이오?”

전 만호 최덕량이 단호한 어조로 나왔다.

“만약 중지(衆智)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신다면, 그것이야말로 죄인의 길로 들어서는 것임을 왜 모르십니까?”

영장 이눌과 군관 윤사복도 합세하였다.

“군사들도 이 장군께서 통솔하시기를 원할 것입니다.”

“시간이 없으니 어서 수락하시지요.”

마지막으로 성수경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장군께서 동문 북격대를 맡아주시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오.”

이광악은 어쩔 수 없음을 깨달았다.

“여러분들 의견을 따르겠소이다. 너무나 미흡한 게 많은 몸이지만, 진주성에 이 한몸 묻을 각오로 임할 터이니, 여기 계신 여러 장군들께서도 많이 도와주시기 바라오. 그럼 먼저 내 밑에 있는 군사들로 하여금…….”

이광악은 자신이 거느리고 온 수하병 100여 명을 제1선에 투입시켰다. 용장 아래 약졸 없다고, 그들도 영예로운 일이라고 좋아하였다. 그리하여 이른바 저 ‘북격대전투’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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