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72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72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2.1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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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장 1. 이광악나무
이광악은 그곳에 있는 큰 느티나무 둥치에 의지하여 군사를 지휘했다. 그의 명을 받은 수성군은 돌과 화살, 진천뢰, 질려포를 쏘며 용감하게 저항했다.

그런데 조선군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있었다. 솔직히 그자의 무모할 정도의 겁 없는 행동에는 마음이 편치 못한 게 사실이었다. 왜군에게는 용기를, 조선군에게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게 하는 골칫거리였다. 이광악은 그자가 누구인지 알아내었다.

“뭐라? 왜장 장강충흥의 친동생이라고?”

“이름이 장강현번지윤인데, 아마도 쌍견마 타기를 좋아하는 자인 것 같습니다. 며칠 전부터 저렇게…….”

“참으로 가소롭기 짝이 없는 놈이로구나. 남의 나라 땅에 들어와서 제 안방처럼 설치고 있다니.”

이광악을 비롯한 수성군들이 바라보고 있는 그곳에는 쌍견마에 올라탄 장강현번지윤이 성 쪽을 향해 계속 무어라고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자세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조선군의 화를 돋우기 위해 놀리거나 욕설을 퍼붓고 있는 게 확실했다.

“강 궁수(弓手)를 불러라.”

이광악이 명했다. 부하들이 곧 강 궁수를 데리고 왔다. 그는 조선군 궁수 가운데서 활 쏘는 솜씨가 가장 뛰어난 궁수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었다. 팔뚝이 보통 장정 두 배는 되었다. 눈도 아주 밝아 ‘매눈’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자넬 부른 이유를 모르진 않겠지?”

이광악이 시선은 계속 장강현번지윤에게 둔 채로 물었다. 그러자 강 궁수 역시 그자를 쏘아보며 대답했다.

“오랜만에 괜찮은 사냥감을 발견하니 팔뚝이 근질근질합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 궁수는 대궁(大弓)부터 잡았다. 우리나라의 활 중에서 가장 큰 그것의 길이는 여섯 자이고 모양은 각궁(角弓)과 같았다. 육재(六材 : 애기찌, 뿔, 아교, 심줄, 옻, 실)로 합성했으며, 이전부터 궁중연사(宮中燕射)와 반궁대사례(泮宮大射禮), 향음주례(鄕飮酒禮) 등의 예식에 사용했으므로 예궁(禮弓)이라고도 불리었다.

“이놈! 더 크게 소리 질러라. 네놈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지르는 고함이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런 혼잣말과 함께 강 궁수는 대궁을 휘어서 화살을 날려 보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중 하나가 장강현번지윤의 흉부에 정확히 가 박혔다. ‘억!’ 하는 소리가 성 안에서도 들리는 듯했다. 수성군들은 보았다. 너무나 놀라고 당황한 왜군들이 쌍견마에서 굴러 떨어져 축 늘어진 장강현번지윤을 급히 들쳐 업고 허둥지둥 그네들 막사로 돌아가는 것을. 이광악이 강 궁수를 칭찬하고 나서 천천히 말했다.

“급사했으니 놈들의 충격이 여간 크지 않을 게야. 예감이 좋다. 전투에 나설 때면, 이번은 승리할 것 같다, 이번은 패배할 것 같다, 그런 느낌 말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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