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디스 회장과 땅콩 부사장
스튜어디스 회장과 땅콩 부사장
  • 경남일보
  • 승인 2014.12.2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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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근 (객원논설위원·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요즘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사건이 우리 사회의 큰 화제다. 각종 패러디물이 등장하고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주요 언론들도 연일 앞 다투어 관련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는 터질 일이 터졌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 오너일가의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리더십을 들고 있다. 21세기형 리더십인 소통·개방·참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최근 항공업계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영국의 브랜슨 회장과 조현아 부사장을 비교해보면 그 심각성을 더욱 절감할 수 있다.

리처드 브랜슨은 영국 버진그룹 회장이다. 항상 새로운 모험을 즐기는 괴짜 기업인 중 한사람이다. 얼마 전에는 영국인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인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는 16살에 학업을 포기하고 사업을 시작했고, 21살에 버진 레코드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큰돈을 벌었다. 그 후 영화관, 호텔, 항공사 등에 진출하여 사업다각화에 성공하였다. 난독증에 시달리면서도 버진그룹을 창업하고 영국의 대표기업으로 키웠다.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창의력이 다양한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원동력이었다. 브랜슨 회장은 ‘직원이 행복하지 않다면 고객 역시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직원의 행복을 중요시 한다. 당연히 직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존경심과 애사심이다.

조현아는 대한항공 부사장이자 오너의 딸인 재벌 3세다. 능력과 자질에 대한 검증 없이 무혈 입성하여 비정상적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사람이다. 요즘 대한민국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도 비아냥거림을 당하고 있다. 그는 이번 땅콩회항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대한항공 계열사인 칼호텔 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 대한항공 계열사의 여러 대표직을 맡았다. 재벌가의 딸로 태어난 것이 그 자리에 오르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조현아 전부사장은 자신의 특권과 감정을 더 중요시 한다. 그런 그에게 직원들이 느낀 감정은 인간적인 치욕이었다.

브랜슨 회장은 버진애틀랜틱항공사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항공사와는 달리 고객 만족을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이 회사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브랜슨 회장의 톡톡 튀는 마케팅전략 덕이다. 회장이 직접 스튜어디스 복장을 하고 기내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짧은 빨간색 치마에 짙은 화장을 하고 나타난 브랜슨 회장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고 직원들은 동질감을, 고객들은 신뢰와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부사장은 땅콩을 봉지 째로 제공하는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서비스 규정을 문제 삼아 고성과 반말로 모욕감을 주었다. 심지어 무릎을 꿇고 있는 사무장을 항공기에서 내리게 했다. 항공기가 회항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도 고객은 뒷전이었다. 특히 ‘감히 오너의 따님인 그 분의 말을 어길 수 없었다’ 라는 사무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항공이 얼마나 권위주의적이며 전근대적인 경영스타일에 젖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브랜슨 회장은 철저히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섬김 리더십의 핵심 메시지는 ‘누구라도 어떤 집단에서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먼저 그들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상 부하를 섬기려는 자세로 그들에게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고, 성장과 발전을 도와주는 이타적 리더십이다. 우리 재벌가에는 이런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경영권을 물러주기에 앞서 올바른 인성과 리더십부터 가르쳐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자식의 잘못을 아비가 나서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안상근 (객원논설위원·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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