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선 5일장의 하루 <창원 상남시장>
시간이 멈춰선 5일장의 하루 <창원 상남시장>
  • 이은수
  • 승인 2014.12.21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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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함 가득한 한밤중 시장나들이 인기
상남시장 아이스크림붕어 표연재 상인 (황선필기자)


지난 18일 밤 8시 창원 상남지구에 위치한 ‘상남시장’. 3층에 주차를 하고 계단을 따라 2층으로 내려갔다. 눈앞에 야시장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이곳에는 먹거리, 액세서리 등 테마별로 특화된 품목들을 취급하고 있는데, 매장마다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복도 가운데 둥근 테이블에는 한겨울 추위를 날려버리려는 듯 어묵국물과 호떡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학생들도 눈에 띄게 많았다.

특히 ‘붕어빵아이스크림(아이스크림붕어빵)’ 가게가 인기를 끌었다. 붕어빵 안에는 요거트아이스크림과 아래에는 팥앙금 또는 슈크림이 들어있다. 과일꼬치에 초코퐁듀를 묻혀서 꽂아 놓았고, 고소한 견과류 토핑들까지. 아이스크림을 다 먹으면 두툼한 반죽으로 만들어진 붕어빵을 갉아먹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표연재(55) 사장은 “서울의 한 박람회장에 가서 ‘아붕’의 매력에 푹 빠져 경남 1호점을 열게 됐다”며 재료가 없어서 못 팔 지경으로 벌써부터 대박조짐이다”고 활짝웃었다.

매장 안에는 모녀가 함께 창업한 케이크가게도 있었다. ‘정항우케익’은 백화점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매장임에도 과감하게 상남점을 오픈했다. 프랑스 스타일의 고풍스러운 과자도 곧잘 판매가 됐다. 김유경(34) 대표는 “친정어머니가 적극 권유해 함께 동업을 하게 됐다. 처음에 야시장에서 오픈한다고 했을 때 본사직원들도 화들짝 놀랐다”며 “신선하고 맛있는 케이크를 서로 나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며, 잘 돼서 주위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경남 최초의 야시장(상남 대끼리야시장)은 지난 12일 문을 열었다. 창원지역 최대 번화가에 매일 12시간씩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야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개장 첫날에만 7000∼8000명이 다녀갔다. 늦은 밤까지 먹을거리와 쇼핑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대끼리’는 ‘아주 좋다’, ‘최고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상도 사투리다. 상인들은 이름값을 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전통시장을 실내 야시장으로 개조한 보기 드문 사례로 관광 활성화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 상남시장 야시장은 시장 2층 중앙통로 110m 길이에 이동판매대 42개가 설치되고, 어묵, 토스트, 츄러스, 케밥, 튀김 등 먹거리 판매대 38개와 머리핀, 팔찌, 모자 등 액세서리 판매대 4개가 들어선다.

시는 개장 이후 당분간 인력사정 등을 고려해 밤 12시까지 시장을 운영하지만 앞으로의 성과를 살펴본 뒤 24시간 개장도 검토하고 있다.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은 물론 신용카드와 전국호완 캐시비 교통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향후 3년간 국비 등 20여억원을 들여 시설을 다듬을 예정이다.



 
상낭시장 대끼리 야시장 (황선필기자)


개장기념으로 다양한 공연 및 즉석 이벤트가 인기리에 진행중에 있다. 20일에는 ‘전통시장 장보기 체험 사진대회’가 열렸다. 창원지역에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민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국가별로 차별화된 점포도 들어선다. 국가별 민속무용이나 노래공연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외부 단장도 강화돼 시와 상인회 측은 외관 개·보수와 함께 시장 한편에 그동안의 시장 역사가 담긴 사진 등을 전시할 것이라고 한다.

경남1호 야시장에 대한 상인들의 기대감 또한 크다. 2층 매장 안쪽에 있는 ‘상남DC마트’를 찾았다. 마음씨 좋은 옆집아저씨 같은 인상의 이행열(65)씨는 이곳에서 생활용품·주방기물·청소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는 “13년 전에 터를 잡고 장사를 시작했다. 상남시장은 1990년대까지 반송시장과 더불어 시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당시에 전자제품 대리점을 했는데, 영업실적이 무척 좋았다. 하지만 시가지가 개발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골목상권이 죽고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며 “야시장이 잘돼서 전 매장에 분수효과가 나타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연숙(34·주부)씨는 “밤 9시면 불꺼진 시장이 대부분인데, 가족들과 함께 밤에 가볼 만한 곳이 새로 생겼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먹거기가 많아서 특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류재철 상인회장은 “야시장 특수가 반짝효과로 끝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도록 의식개혁을 중요시해 상인대학을 여는 한편 부녀회 및 청년회 결성 등 사회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며 “상남시장이 자립해서 전통시장 활성화의 성공적인 모델이 되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이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최용균 시경제정책과장은 “ 대끼리 야시장이 활성화되면 기존 상남시장 입점업체를 찾는 방문객 증가로 이어져 상남시장 전체의 활력증대와 상인매출로 이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야시장 관광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해 창원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꼭 찾는 명소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글=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사진=황선필기자feel@gnnews.co.kr



 
상낭시장 대끼리 야시장 (황선필기자)


■상남시장은

상남시장은 일제 강점기인 1940년대 만들어진 창원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경남에서 4번째 큰규모로 2001년 2월 현대식 건물을 지어 상설시장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부지면적 1만9392㎡,건축연면적 2만4036㎡, 매장 면적 1만1331㎡로 지하 1층과 지상 3층의 철근콘크리트 건물이다. 점포수는 총 598개이며 차량 52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과 8개의 화장실을 갖추고 있는 현대식 건물이다. 1층은 농수축산물 108개 점포, 2층은 일용 잡화, 의류, 침구류 229개 점포, 3층은 전문 식당가 66개 점포가 있다.

이전에는 창원 인근에서 손꼽히는 5일장으로, 장날이면 창원뿐 아니라 마산, 진해, 김해 등지에서도 사람들이 몰려 성시를 이뤘다. 소를 거래하는 우시장에서부터 낫, 호미 등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간, 한약재, 각종 잡화와 농산물, 종자상 등 부족한 것이 없는 만물시장이었다. 지금은 상남상업지구 중심에 있어 주변에 크고 작은 건물과 백화점이 들어섰으며 공식적인 5일장은 폐쇄됐으나 4일과 9일의 장날이 되면 노점상들이 줄이어 장을 펼친다. 지난 3월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됐고, 최근에는 원산지 표시 생활화로 우수 전통시장에 뽑혔다.

글=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사진=황선필feel@gnnews.co.kr



 
류재철 상인회장 (황선필기자)


◆류재철 상남시장 상인회장, “대끼리야시장 우리나라 최고 명물시장 만들 것”

“이제 초입이라 미흡한 부분도 없지 않으나 차별화된 승부수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국내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물시장을 만들 겁니다.”

류재철 상남시장 상인회장은 이같이 대끼리야시장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야시장 개장 이후 학생들부터 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찾으며 활력이 넘치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상인들이 의기투합해 8∼90년대 전성기를 재현하도록 힘쓰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야시장을 하자고 했을 때 무모한 도전이라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확신을 갖고 꾸준하게 설득한 결과, 이제는 ‘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며 “야시장 효과가 조기에 전 매장으로 확산되도록 상인들 간 단합과 소비자 속으로 파고드는 서비스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사진=황선필기자 feel@gnnews.co.kr





 
상남시장 김유경 상인 (황선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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