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마무리
한해의 마무리
  • 경남일보
  • 승인 2014.12.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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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누구나 한해의 마무리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뒤돌아보고 생각하며 한 토막의 인생을 정리하고 싶은 12월의 끝자락이다. 정직한 눈으로 바라보면 여태껏 덜 마감되고 덜 정리된 부분이 어찌 없을까마는, 그럼에도 우리는 이제 마감을 해야만 한다. 마무리를 해야 만이 시작이 시작다워 지는 법. 아니 철저한 끝막음을 하고서야 시작다운 시작과 만날 수 있는 걸 누가 모르랴마는. 이쯤서 스스로 마무리를 선언하고, 만약 뜻하지 않는 일이 일어난다면 훗날에 의미 있고 아름답게 맞이하도록 하자.

자신의 나약함을 용서치 아니하는 겨울나무같이 힘찬 목소리가 들려올 듯 친구들이랑 직장 동료들이랑 함께하고 싶은 한해의 마지막 달 12월. 영하의 회초리를 맞으면서 자신의 책임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겨울수목 같은 친구들이여, 직장 동료들이여, 그대들과 함께라면 움츠려들고 춥고 오그라드는 겨울마음에 따뜻한 힘이 되리라. 그래서 연말에는 만남이 이루어지고, 함께 잔을 들고, 함께 힘내어 마지막을 표명하고, 그리고는 제각기 신연맞이 준비를 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한해 중에서 가장 허망하고 쓸쓸함에 추위타는 12월의 끝자락이야말로 서로 따뜻한 위로가 있어야 할 듯, 아니 서로의 인격이 서로 같은 사랑과 인격에 의해서 하나로 융합 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겨울나무의 의지는 시련의 계절이 아닌 스스로 봄을 준비해야 하듯 지금 그러한 사람이 그리워지는 때. 우리 모두 서로에게 따뜻한 온기를 나주자. 혼자가 아닌 함께라면 저절로 용기가 생기고 결단도 쉽게 내릴 수 있으리라.

자신의 마음을 마음대로 한다는 게 참으로 힘들겠지만 그러나 아픔과 괴로움의 진창을 건너지 않고 쓸데없는 오기심에서 마감을 선언한다면 어찌 마감이라고 말할 수 있으랴. 조금은 피곤하더라도 더러는 힘들더라도 고뇌의 짐을 짊어지고 강을 건너자. 혼자서 철저히 대면하면서, 용기와 자신감을 주었던 친구들의 우정과 직장 동료들에게 진정 고마워하고 다시 혼자의 힘으로 결정을 다질 수 있도록 하자.

원하건대 연말에 눈이 온다면, 흰 눈이 천지를 덮길 바라자. 그래서 하얗게 마감을 하다보면 쉽게 끝맺음에 이룰 수 있을 듯. 또한 새해에도 눈이 온다면, 정결한 눈 같은 순백의 새해에는 각자 저다운 빛과 개성을 지니고 가치를 창조하면서 인간다운 삶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 지난해 같은 잘못과 실수를 반복치 않도록, 작년보다 금년의 시작은 축복의 새해가 될 듯. 만약 연말과 새해에 눈이 내리지 않더라도 바로 생각하고 행동할 때 끝맺음과 시작을 위해서라면 더 좋은 의미가 되는 걸 의심치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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