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차의 고향, 항공산단으로 날아오르길”
“비차의 고향, 항공산단으로 날아오르길”
  • 곽동민
  • 승인 2014.12.28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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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 비차’ 연재 마감하는 김동민 작가
본보 문화면을 통해 독자와 만나오던 소설가 김동민씨의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가 280회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감한다. 소설 ‘진주성 비차’는 진주성을 배경으로 세계최초의 비행기 ‘비차(飛車)’가 탄생하는 과정을 소설적 상상력을 보태 풀어냈다. 특히 진주·사천 지역의 국가항공산단 지정과 시기가 맞물려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다음은 13개월간의 연재를 마감한 소설가 김동민씨와의 일문일답.

-연재를 끝내는 지금의 소회는.

▲작품을 탈고한 글쟁이들 사이에 곧잘 나오는 말이 있다. 이제 당분간은 글을 쓰지도 읽지도 않고, 아니 그 어떤 것도 하지 않고 그저 멍청하게(?) 지내고 싶다고. 필자는 어릴 적에 어른들이 위험하다고 야단을 쳐도 얼굴이 새빨간 풍선이 될 때까지 물구나무서기를 했다. 너무 어지러워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그러다가 거꾸로가 아닌, 똑바로 바라보는 세상과 사람들이 하도 재미가 없어 또 물구나무서기를 했다. 그 어지럼증이 빨리 사라지기를 기다릴 뿐이다.

-비차라는 생소한 글감을 작품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가장 고심한 점이 있다면.

▲성냥에 불을 댕겨 양초에 불을 붙이는 현상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법칙이 스물네 종이나 된다고 한다. 인류 최초의 비행기구인 비차를 픽션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가장 신경을 쏟았던 게 비차의 원리 및 추진장치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하는 거였다. 도대체 16세기의 지식으로 어찌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을 알아내기 위한 자료 수집과 구상단계에서, 비차에는 풀무 같은 장치가 있어 비차를 날게 하는 역할을 했다고 하는 짤막한 글귀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것에 착안하여 실제 대장간 풀무를 비차와 연관시켜 묘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고, 또 궁리 끝에 옛날 우리 농가에서 하던 민속인 쥐불놀이를 이끌어 와서 거기에다 소설적 요소를 최대한 보탰다.

-신문 연재소설의 특성상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을 법도 하다.

▲소설이 나가고 있던 지난 7월, 동참하자는 한 독자의 말을 듣고 본보에 기고의 글을 실은 적이 있다. 당시는 항공산업 국가산단의 진주·사천 지역 유치를 위한 열망의 분위기가 한창 고조되고 있었는데, 필자는 그 글에서 비차를 통한 빛나는 인간 비행(飛行)의 족적이 남아 있을 이 지역에 항공산업 클러스터가 구축돼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하지만 솔직히 그때는 그게 공염불이 되지나 않을까 머뭇거렸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연재가 끝나갈 즈음 유치에 직접 관여한 여러 계층의 노력의 결실로 항공산업 국가산단으로 지정됐다는 낭보가 알려졌고, 개인적으로는 이곳이 세계 최초의 비행기구가 날았다는 소설 속 이야기가 보다 설득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연재를 시작할 때 이 소설은 조선, 더 나아가 세계 최초의 비행기가 비차라는 가설에서 출발한다고 했는데, 그것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이야기인가.

▲언젠가 원시인들의 동굴 벽화에는 대개 도끼나 창으로 가격한 흔적이 남아 있다는 글을 읽고 한참이나 혼란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들은 왜 어렵사리 완성한 그림을 스스로 훼손시켜 버렸을까?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그들은 벽화 속의 들소를 죽임으로써 살아 있는 들소를 잡을 수 있다고 믿었다는, 다시 말해 ‘가상’을 통해 ‘현실’의 소망을 이루려는 주술적 신앙 때문이라는 거였다.

하지만 연재를 시작할 때도 내비친 바가 있지만 아직도 회의하고 아쉬운 것은, 비차가 존재했다면 왜 그에 대한 기록이 그토록 미미하고 계속 발전시키지 못했을까 하는 사실이다. 항공산단 지역 유치를 기회로 세계 최초의 비행기일 수도 있는 비차를 새롭게 재조명하고, 한걸음 더 내디뎌 대한민국이 세계 우주항공을 선도하는 자리에 설 날을 그려보는 것은 필자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작가로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내지는 책에 얽힌 경험담은.

▲모 대학에서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한 남학생이 필자의 소설책 하나를 가져와 작가 사인을 부탁했다. 필자 또한 문청 시절에 작가에게 사인 받은 책이 좋아 가슴에 품고 다니던 기억이 있어, 나름 예쁜 글씨로 사인을 해주었는데 사단(事端)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남녀 대학생들이 그 학생에게 몰려가 한다는 소리가, 너 돈 없다더니 거짓말이었구나, 책 살 돈 있으면 우리한테 소주나 한 병 안 사고, 어쩌고 저쩌고. 그 순간 그 학생 얼굴은 불을 담아 부은 듯했고, 필자 또한 당시 교보문고 베스트 셀러였던 그 책이 소주 한 병보다도 못한 것 같은 당혹감과 자괴심에 분노조차 느낄 힘이 없었다. 필자가 죄인인지 그 남학생이 죄인인지 아니면 책이 죄인인지 모르겠다.

저 괴테가 파우스트의 입을 빌려 한 소리처럼, 우리 또한 아침마다 ‘두려운 마음’으로 눈을 뜨기 위해서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요즘은 어른이고 아이고 두려움이 없는 시대다. 남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두려워하게 하는 길은 책 속에 있지 않을는지. 우리나라 국민들 독서량이 세계 최하위권을 맴돈다는 부끄러운 통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날을 함께 기대해 보자는 그 말을 또 되뇔밖에….

곽동민기자 dmkwak@gnnews.co.kr


 
김동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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