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골키퍼 '주전 독식시대' 끝났다"
"한국축구 골키퍼 '주전 독식시대' 끝났다"
  • 연합뉴스
  • 승인 2014.12.3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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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대표팀 코치 진단…경기마다 골키퍼 달라질 수도
정성룡(29·수원 삼성),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 김승규(24·울산 현대) 가운데 누가 주전 골키퍼를 꿰찰까.

 이들을 직접 지도하고 점검하는 김봉수 한국 축구 대표팀 골키퍼 코치마저도 “어려운 문제”라며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김 코치는 30일 호주 시드니의 매쿼리 대학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과거 우리 지도자들은 주전 골키퍼를 한 명으로 못박고 한 선수만 계속 기용했지만 이제 그런 시대가 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성룡, 김진현, 김승규가 비슷한 나이와 경기력으로 경쟁하는 관계가 되면서 판도가 달라졌다”며 “지금은 누가 경기에 나서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왔다”고 덧붙였다

 한국 축구에서 ‘넘버원’으로 낙점된 골키퍼가 승자독식처럼 그대로 오랜 기간 골문을 독차지하는 관례가 있었다.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 점점 벌어지는 승자와 패자의 경험 차가 그 원인으로 관측됐다.

 최인영은 1990년, 1994년 월드컵의 전 경기에 출전하며 한 시대를 주름잡았고 김병지는 1998년 월드컵에서 그 자리를 쟁탈했다.

 그러다가 이운재가 2002년, 2006년 월드컵을 포함해 10년 동안 득세하다가 2010년에서야 정성룡에게 그 자리를 내줬다.

 올해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정성룡이 1, 2차전, 김승규가 3차전을 소화해 또 독식체제에 균열이 생겼다.

 김봉수 코치는 “올해 브라질 월드컵은 월드컵인 만큼 중압감에 선수가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경험이 많은 정성룡이 낙점됐다”며 “그렇지만 상황을 자세히 보면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골키퍼들의 실력 차는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경쟁구도도 삼파전에서 더 확대될 수 있다”며 “국내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의 골키퍼들의 수준이 많이 향상됐고 훌륭한 선수도 많다”고 덧붙였다.

 올해 아시안컵을 앞두고는 정성룡, 김진현, 김승규뿐만 아니라 이범영(25·부산 아이파크), 권순태(30·전북 현대) 등도 후보로 거론됐다.

 권순태는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평균 실점 0.56을 기록하며 전북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범영은 영국과의 2012년 런던올림픽 8강전 승부차기에서 선방쇼를 펼쳐 승부차기에 특화한 선수라는 호평을 받았다.

 김봉수 코치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경기 때 골키퍼들이 자주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은 누구 한 명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슈틸리케호가 출범한 뒤 치른 네 차례 A매치에서 김진현은 두 차례 출전했고 김승규, 정성룡이 한 차례씩 골문을 지켰다.

 김진현은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전인 지난 10월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멋진 세이브를 선보여 적장의 찬사까지 들었다.

 그는 이란과의 지난달 평가전에서 주심의 석연치 않은 판정 탓에 한 골을 허용했으나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A매치에서는 4경기 6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정성룡은 64차례 A매치에서 64실점을 기록한 최고 베테랑으로서 올해 월드컵 부진과 슬럼프를 털고 돌아와 지난달 요르단전과 제주 전지훈련의 자체 평가전에서 선전했다.

 김승규는 벨기에와의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세이브 7개를 기록하는 선방쇼를 펼쳤고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한국의 금메달 획득을 견인했다.

 지난 10월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3실점한 뒤 이후 2경기에 부름만 받았으나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A매치 기록은 7경기 10실점.

 김봉수 코치는 “세 골키퍼가 모두 자신감을 유지하고 있다”며 “정성룡은 자존심을 지킨다는 의지가 뚜렷하고 김진현, 김승규는 도전 의지가 뜨겁다”고 말했다.

 세 선수의 장점과 관련해 김봉수 코치는 김진현, 김승규가 비슷하고 정성룡이 약간 다른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코치는 “김진현, 김승규가 키에 비해 순발력이 좋고 지키면서 막는 스타일인 반면 정성룡은 공격수에게 덤벼드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김진현, 김승규가 짐승 같은 반사신경으로 날아오는 볼에 순간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부각되고, 정성룡은 공격수의 활동 범위를 좁혀 슈팅의 사각(死角)을 만들어 내는 데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무려 55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대표팀에서 치열하게 진행되는 골키퍼 삼파전이 어떤 동력으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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