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설화에 숨은 '주변부 사람들'의 삶과 한
제주설화에 숨은 '주변부 사람들'의 삶과 한
  • 연합뉴스
  • 승인 2015.01.0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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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섬에 사는 거인의 꿈’ ‘제주설화와 주변부 사람들의 생존양식’
제주도는 작은 섬이지만 ‘구비전승의 보고’라 불릴 만큼 풍부한 구비문학 자원을 보유했다. 창세신화, 민담 등 제주만의 특성을 띤 다양한 설화부터 속담, 민요까지 많은 ‘이야기’가 존재하는 곳이다.

제주 설화는 그간 구비문학 연구자들이 연구자료 확보 차원에서 구술을 채록해 보존하고 있으나 이를 일반 독자가 접하기는 쉽지 않았다.

계간지 ‘본질과 현상’ 기획팀이 출간한 ‘섬에 사는 거인의 꿈’(태학사)은 제주 설화의 여러 양식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선정, 문체와 언어를 현대적으로 손봐 읽기 쉽게 소개한 책이다.

책 제목이자 수록 작품이기도 한 ‘섬에 사는 거인의 꿈’은 제주의 생성에 관한 이야기다. 거인 ‘설문대할망’에게 명주 한 필이 모자라 육지까지 다리를 놓지 못해 제주가 섬으로 남았다는 줄거리에서 육지를 향한 섬사람들의 갈망이 엿보인다.

왕이 태어날 땅임에도 육지 왕이 파견한 풍수사가 지맥을 파혈해버린 결과 인물이 나지 않고 생수가 귀한 불모의 땅이 됐다는 ‘고종달형 설화’도 있다. 제주의 불모성을 설명하는 이같은 설화에는 중국이나 고려 세력에 억압당한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제주인들의 마음이 투영돼 있다.

초인적 능력을 타고났지만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해 ‘장수’가 되지 못하고 평범한 ‘장사’로 살아가는 이야기도 제주 설화의 주요 레퍼토리다. 섬사람으로서 한계를 인식하고 차선의 삶을 선택하지만 운명에 대해 끝없이 저항을 시도하는 제주인들의 치열한 삶이 나타나 있다.

312쪽. 1만5000원.



 
섬에 사는 거인의 꿈


‘제주설화와 주변부 사람들의 생존양식’(태학사)은 ‘섬에 사는 거인의 꿈’과 함께 읽을 만한 책이다. ‘본질과 현상’ 발행인이자 소설가인 현길언이 ‘주변부 문화’라는 관점에서 제주 설화를 들여다본 연구서다.

저자는 억압과 수탈의 역사 속에서 때로는 도피를, 때로는 저항을 시도하던 삶의 양식을 이야기와 노래로 표현한 것이 제주 설화라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불모지 제주’의 기원을 담은 고종달형 설화는 자연의 불모성, 행정 부재, 왜구와 지방 관리의 침탈 등 제주 사람들이 처한 사회·역사적 상황과 연결지어진다. 더불어 ‘왕이 날 수 있었던 땅’이라는 설정은 현실의 이같은 비극적 상황을 정화하고 극복하려는 시도였다고 책은 해석한다.

책은 제주에서 삼별초 항쟁을 최후까지 이끈 김통정, 조선 말 제주 민란을 주도한 관노 이재수 등 실존인물이 등장한 설화에서도 제주인들의 감정을 읽어낸다. 이들 설화에는 국가 변란이라는 현실을 제주인들이 어떻게 인식했는지, 섬사람으로 때를 못 만나 반역자가 된 인물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좌절된 삶, 좌절을 극복하고 새로운 저항을 모색하는 삶의 양식, 물에 대한 인간의 사유, 섬에 대한 인식 등이 담긴 제주 설화의 특수성은 육지 설화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결국 주변부 문화를 설명하는 단서가 된다고 책은 강조한다.

312쪽. 1만8000원.

연합뉴스



 
제주설화와 주변부 사람들의 생존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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