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정박
[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정박
  • 경남일보
  • 승인 2015.01.0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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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1

 

<정박>  -정한용



바람 차고 길 끊겼다.
올 수도 갈 수도 없는 절정에 서 있어도
멈춤은 출항의 힘을 닦는 법.
내일 그대에게 직방으로
닿겠다.


뭍의 길이 끝난 자리, 쉼 없을 것 같던 물길마저 얼어붙었다. 모든 것이 끝나 버린 지점에서 털썩 무릎이라도 꿇어야 할 상황이건만, 시인은 이 자리에 ‘절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하여 다시 모든 것이 멈춰 버린 이 정적의 시·공간 안에 ‘힘’을 불어넣는다. 어제보다 더 힘찬 동력으로 온몸을 밀어 저 얼어붙은 물 위로 새로이 길을 만들어 갈 힘. 모든 길이 끝나고 지워진 공간이기에 어디로 가든 그것이 곧 길이 될 터이다. 다만, 온몸으로 그 길을 비집고 갈 ‘그대’가 거기 그 자리에 온전히 있어 주기만 한다면.

다시 한 해, 이 나날살이의 끄트머리에 저마다의 온전한 ‘그대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이든 일이든 한 해 동안 온전히 바라고 온몸으로 이 길을 밀고 가서 만날 ‘절정의 그대들’이 벌써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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