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기적의 카이로 선언
[경일포럼]기적의 카이로 선언
  • 경남일보
  • 승인 2015.01.11 1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광복 70년과 민족 분단 70년의 역사정점에 우리는 오늘 서 있다. 그 기간을 되돌아보면 대한민국은 분명히 기적의 나라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기적의 단초를 열어 준 것은 1943년 11월 27일 연합국의 카이로 선언이 아닌가 싶다. 미·영·중 삼국정상(루스벨트, 처칠, 장개석)들이 발표한 선언은 이러했다. “ 위 3국은 조선 인민의 노예상태에 유의하여 적당한 시기에 맹세코 조선을 자주독립시킬 결의를 다짐한다.”

대한민국에 찾아온 첫 번째의 기적이 바로 이 선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일본이 조선을 병탄하는 데에는 수많은 난관을 거쳐야했지만 삼켰던 조선을 토해 내는 데에는 자신들도 모르게 이루어 졌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사실이 바로 이 선언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조선을 병탄하기 위해 1894년에는 청일전쟁을 일으켜 조선에 대한 청국의 간섭을 배제시킴과 동시에 배후조정을 통해 갑오개혁을 도모하여 왕권을 약화시키는 작업을 서둘렀다. 이어 1895년 을미년에는 러시아를 끌어 드려 일본을 배척하려는 명성황후를 무자비하게 시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일본은 좀 더 확실하게 조선을 병탄할 목적으로 1902년에는 영·일 동맹을 맺어 영국에게는 청에 대한 지배권을 주는 대신에 일본은 조선독점권을 승인받았다. 또한 1904년에는 러시아에게도 일본의 조선에 대한 내정간섭과 만주공략에 대해 눈감아 줄 것을 요구하는 협상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협상이 좌절되자 러·일전쟁을 일으켜 기어이 조선 침략을 기정사실화 시켰다. 이어 일본은 1905년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 당시 국무장관 태프트(Taft)와 일본 외상 가쓰라 타로(桂太郞)간에 소위 “태프트-가쓰라“라 일컬어지는 양해각서를 성사시켰다.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지배권을 양해하고 미국은 일본의 조선 지배를 용인한다는 내용이다(이에 대해서는 대화록에 불과 한 것을 일본이 각서라고 날조한 것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이처럼 일본은 조선에 대한 식민지화를 도모하기 위해 청국은 물론 영국과 미국 내지는 러시아와도 수도 없는 국제 협약과 전쟁을 치루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에 더하여 수많은 조선인들의 의병을 무자비하게 제압하면서 힘겹게 조선을 병탄할 수 있었다.

카이로 선언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또한 기적에 가까운 것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다. 회담은 각국 정상들이 대동한 수도 없는 군사지휘관들과 기자들로 북적거리는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회담에 참석하기로 한 소련의 스탈린이 불참하고 중국의 장개석이 대신 참석하게 되었다. 그러나 어느 나라 수장도 한국만의 독립을 염두에 둔 적은 없다.

그런데 어떻게 카이로 선언에서 특별히 조선을 거론하면서 독립을 보장하였을까가 자못 궁금하다. 혹자들은 장개석총통의 역할이 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학자(정일화)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인 해리 홉킨스(Harry Lloyd Hopkins)가 홀로 만들었다고도 말하기도 하는데 배경설명이 흡족하지 않은 것으로 필자는 이해된다.

그러기에 수도 없는 식민지중에서 유독 조선만을 거명하면서 독립을 약속하는 선언을 하였다는 사실이 기적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는 얘기다. 그 선언 중에 “적당한 시기(in due course)”에 독립시킬 것이라고 천명한 부분이 훗날의 신탁통치안과 무관하지 않다(김일영)고 하더라도 그 선언이 기적적이라고 설명하는 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을 것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