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모난 돌
[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모난 돌
  • 경남일보
  • 승인 2015.01.1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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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디카시

 

모난 돌 (김영빈)


꽉 막힌 줄만 알았던 담벼락에도
바람이 흘러가는 길은 있더라.
나의 시선도 절로 따라 흐르더라.
그 풍파를 견뎌낸 돌들 중에
모난 돌은, 하나도 없더라.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미생’의 한 대사다. ‘길’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기회가 아니다. 무엇이든, 어떤 곳으로든 온몸을 밀고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곧 길이 될 터이다. ‘꽉 막힌 담벼락’에서 ‘바람의 길’을 포착한 시인의 세심한 관찰에 정신이 번쩍 든다. 사방이 막혀 있다고 생각한 요즈음의 일상은, 결국 내가 걷지 않았기 때문에 길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막막했던 것이다. 무수한 길들 위에서 나는 아직도 더 많은 풍파에 깎이고 쓸려야 할 일이다. 그리하여 나를 두르고 있는 이 직각의 모서리들을 스스로 가라앉혀야 할 일이다. 모서리 다치는 일을 아직은 두려워할 때가 아니다. 다시 나선 길 위의 바람이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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