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소통’의 2015년이기를 바라며
[여성칼럼]‘소통’의 2015년이기를 바라며
  • 경남일보
  • 승인 2015.01.1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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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 상담소장)
12일 있었던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으로 텔레비전이 시끌시끌하다. 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워낙 드문 일이라 말들이 무성한데,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들어보면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와 분석은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은 듯하다. 텔레비전에서 분석해 내놓는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소통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하기는 1년에 겨우 한 번 정도 진행되는 기자회견이나 ‘소통’이라는 단어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는 것 자체가 소통부족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견해 차이는 당연한 일이고, 그로 인해 충돌이 일어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지금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전쟁과 충돌도 역시 그러한 견해의 차이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견해 차이로 인한 충돌을 방지하고 차이를 좁혀 사회를 평화롭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소통이다. 견해나 가치가 서로 다른 사람들 속에서 우리 사회가 이만큼이라도 유지·발전될 수 있는 것은 소통을 통해 견해 차이를 줄이려는 사람들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날이 갈수록 사람들 간의 소통이 어려워져 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특히 작년에 일어났던 많은 사건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거나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새해를 맞이한 지금은 더욱더 소통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 이런 시기에 대통령이 보여주는 소통에 대한 이해는 우리 국민들의 목마름을 해소시키기는커녕 더욱더 갈증을 짙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소통’은 타인의 말을 듣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본다. 나와 견해를 같이하는 사람뿐 아니라 견해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주의 깊게 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야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한마디로 규정하고 일방적으로 믿으라고 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그래서 소통을 위해서는 자주 만나야 하고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 신비주의 컨셉으로는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무엇보다도 소통에 대한 갈증으로 허덕이는 사람들, 소위 ‘사회적 약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사회 곳곳에서 애타게 외쳐 온 사람들의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목소리를 외면하고는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의 강정에서, 경남의 밀양에서, 경북 칠곡의 공장에서의 시위, 그리고 작년 세월호 가족들의 광화문, 국회 등에서의 농성, 최근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굴뚝 농성과 오체투지 등 ‘소통’에 대한 간절한 요구에 먼저 답을 해야 한다.

소통이 되지 않아 뭔가 막혀 있는 느낌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어 새해가 되어도 희망찬 느낌을 갖기가 힘든 시절이다. 그럼에도 2015년은 사회 어느 곳에서라도 소통이 시작되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 하나를 가슴에 품고 나부터 좀 더 잘 듣고, 좀 더 수다스러워져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 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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