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 박성민
  • 승인 2015.01.2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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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기자
박성민기자
공자가 노나라의 혼란상태에 환멸을 느끼고 제자와 제나라로 가던 중 세 개의 무덤 앞에서 슬피 우는 여인을 만났다. 사연을 물은 즉 시아버지, 남편, 아들을 모두 호랑이가 잡아먹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공자가 물었다. “그렇다면 이곳을 떠나서 사는 것이 어떠냐”고 하자 여인은 “여기서 사는 것이 차라리 괜찮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면 무거운 세금 때문에 그나마 살 수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공자는 이에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즉 “가혹한 정치(세금)는 호랑이보다도 더 무섭다”라고 말했다. 호환(虎患), 예로부터 큰 재앙과 같았다. 그럼에도 가혹한 세금과 폭정이 호환보다 무섭다는 공자의 말은 연말정산 논란에 휩싸인 직장인에게 다가온다.

최근 연말정산과 관련 세금부담 증가로 직장인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올해부터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미혼 직장인은 물론 자녀를 둔 월급쟁이들도 줄줄이 공제혜택이 줄었다. ‘13월의 보너스’라 불리던 연말정산이 ‘세금폭탄’으로 둔갑한 것이다. 특히 이번 세액공제에선 출생공제와 교육비도 제외됐다. 초저출산 국가임에도 출산과 교육비 부분에서 세제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상식선을 벗어난다. 또 ‘싱글세’라는 명목만 없을 뿐 미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공제항목을 줄여 사실상 증세효과까지 노렸다. 이미 올 1월부터 담뱃값이 4500원으로 인상돼 당초 대선공약이었던 ‘증세 없는 복지’는 공염불이 된지 오래다.

이런 불만에 정부도 뜨끔했는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출생 공제, 6세 이하 자녀공제 등 자녀 관련 소득공제를 재도입하거나 새로운 자녀공제 방식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변화된 연말정산시스템을 예측한 정부도, 관련 법을 통과시킨 국회도 모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정부와 여야는 ‘가정맹어호’를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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