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소고(小考)
[특별기고]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소고(小考)
  • 경남일보
  • 승인 2015.01.0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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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윤 (전 사천군수·현 한국장애인개발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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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은 사람이 반드시 행하여야 할 바른길이며 의무는 마땅히 해야 할 직분이다.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는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동체 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같은 도덕의식은 한 시대를 이끄는 동력이요, 국민 화합의 원천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14세기 영국과 프랑스 백년전쟁 시 프랑스의 마지막 보루이던 ‘칼레시’가 함락된다. 영국왕은 이에 책임을 물어 모든 시민을 죽이겠다고 하면서 만일 시민 중 6명이 죽음을 자청한다면 ‘칼레 시민’은 무사할 것이라고 했다. 급기야 시민들은 광장에 모였고, 그때 칼레시의 최고 부호이던 생피에르는 사지에 처한 시민을 구하고자 자신의 목숨을 내놓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뒤따라 시장과 그의 아들, 법률가, 부호 등 7명이 자원하여 영국왕의 명령보다 1명이 더 많아졌다.

생피에르는 처형 당일 형장에 도착 선순위로 6명을 결정하겠다고 제안했다. 다음 날 아침 6명이 형장에 도착했을 때 정작 생피에르는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는 이미 자진하여 싸늘한 시신이 되어 있었다. 이유인즉 초과된 1명을 가리다 보면 그들의 용기와 시민정신에 흠결을 염려한 것이었다. 이때 만삭이던 영국 왕비는 ‘칼레 시민’의 애국정신에 감동하였고, 이들의 죽음이 태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며 처형 중지를 요청하게 되어 결국 사형을 면하게 된다.

또한 세계 1·2차 대전 시에 영국의 고위층 자녀가 다니던 이튼칼리지 출신 중 2000여명이 전사했고, 포클랜드 전쟁 때는 영국 여왕의 둘째아들 앤드루가 전투 헬기 조종사로 참전했는가 하면 6·25전쟁 때에는 미국 장성의 아들들이 142명이나 참전하여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

이같이 로마 왕정시대나 영불 백년전쟁, 그리고 세계 1·2차 대전에서의 상류 지배세력이나 사회지도층이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우선하여 자기 의무·자기 희생을 솔선수범한 전설 같은 실화는 시공을 초월하는 고귀한 가치다.

그러기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상류층에 있거나 사회적 높은 지위의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로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도덕적으로 지켜야 할 의무를 가르치는 대명사가 되었다.

우리나라 국란 극복사에도 수많은 구국의 영웅이 계셨으며 근세 3·1 독립만세 운동은 단군 이래 가장 위대한 민족 정기의 발로요 구국운동이었다. 이 같은 만세운동도 미국 대통령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제창에 때맞춘 거사요, 거기에는 구국 일념으로 죽음을 무릅쓴 33인의 민족 지도자가 있었고 2000만 백성의 요원의 불길 같은 호응이 있었음을 상기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모든 일에는 골든타임이 중요함을 강조하셨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중한 격랑에 직면하고 있으며, 민생은 고통과 가치관의 혼란에 빠져 있는데 경세제민(經世濟民)의 33인은 어디에도 없는가. 이름하여 이 땅의 위정자·사회 지도자들은 언제까지 갑질의 탈을 쓴 채 선량한 국민만 외칠 것인가. 공자 한거편에 ‘천무사복(天無私覆) 지무사재(地無私載) 일월무사조(日月無私照)’라고 했다. 하늘같이 땅같이 일월처럼 사심없이 오로지 조국 위해 한목숨 바칠 각오면 호연지기, 구국의 기치를 들고 주저없이 선도하라. 5000만 백성은 노도처럼 그대 뒤를 몸 바쳐 따를 것이다.

 

이규윤 (전 사천군수·현 한국장애인개발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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