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심설산행, 철저한 계획으로 안전사고 예방해야
겨울 심설산행, 철저한 계획으로 안전사고 예방해야
  • 최창민
  • 승인 2015.01.26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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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민 (창원총국 취재부장)
최창민 부장
오래전의 일이다. 한겨울 밤 늦은 시간, 많은 눈이 내린 지리산 천왕봉을 산행하고 장터목대피소를 거쳐 중산리방향으로 하산하던 대학생 7∼8명이 칼바위 부근에서 탈진했다. 그 중 4∼5명은 체력이 완전히 고갈돼 움직일 수 없는 상황. 더 이상 이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팀의 리더는 일행을 쉬게 하고 지리산탐방지원센터가 있는 중산리로 내달렸다. 이동통신수단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 등산객의 조난과 탈진을 직접 알리는 방법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판단착오였다.

남겨진 대학생 일행은 체력고갈로 탈진, 많은 눈과 추위에 노출된 채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움직이지 않으니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졸음까지 쏟아져 몇 명은 그대로 잠이 들 수밖에 없었다. 구조대가 연락을 받고 칼바위 부근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3명의 대학생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상태였다. 당시 이 사고는 겨울철 심설 산행의 부주의한 산악사고로 알려지면서 인구에 회자됐다.

안타까운 것은 칼바위에서 민가나 구조대가 있는 중산리 탐방지원센터까지는 불과 1.5km 남짓하다는 것이었다. 일행 중 한사람이라도 등산로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칼바위의 지리적 위치를 알았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준비되지 않은 등산장비도 문제를 키웠다.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무리한 산행계획과 이로 인한 체력 고갈, 추위가 겹치면서 발생한 저체온증이 원인이었다.

저체온증은 강추위에 신체노출이 장기화되면서 체온이 36.5도 이하로 떨어져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방수·방풍기능이 있는 등산복과 등산화는 필수다. 모자와 방한복을 입어 열의 손실을 막거나 계속해서 움직여 열을 발생시켜야 한다. 춥다고 움직이지 않고 주저앉으면 사망한다고 보면 된다.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12월 25일에도 지리산을 등반하던 등산객 1명이 저체온증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11시45분께 지리산 장터목대피소 아래 150m 지점에서 40대 초반의 등산객이 눈 속에 엎드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지나던 등산객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영하 7~11도로 떨어진 강추위 속에서 등산객이 다소 가벼운 옷차림으로 홀로 산행을 하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도내 지리산을 비롯한 덕유산 등 1000m가 넘는 고산에 많은 눈이 내리면서 심설 산행을 즐기려는 겨울산행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눈이 많이 내리는 덕유산에만 지난해 12월부터 1월까지 2개월 동안 45만명이 겨울산행을 즐겼다고 한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겨울 산행은 저체온증이나 심장마비 등 자칫 생명을 잃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가장 먼저 자신의 체력이나 컨디션을 생각하고 목적지의 등산로를 파악해야 한다. 여기에다 방풍·방수가 되는 방한복과 등산화, 스패츠와 아이젠, 스틱, 고소 내의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그래야만 즐겁고 안전한 힐링 산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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