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이 뒷받침돼야 케이팝 열풍도 계속"
"밑바닥이 뒷받침돼야 케이팝 열풍도 계속"
  • 연합뉴스
  • 승인 2015.02.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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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호, 인디밴드 음악창작시설 ‘뮤지스땅스’ 운영
“케이팝이 노래 부르고 춤만 춘다고 됩니까? 아닙니다. 곡 쓰고, 편곡하고, 녹음하고 그런 친구들이 다 그 밑바닥에서 뒷받침돼야 지금의 케이팝 열풍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낭만에 대하여’ ‘보고 싶은 얼굴’ 등의 히트곡으로 ‘낭만 가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가수 최백호(65)는 지난주말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는 ‘뮤지스땅스’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뮤지스땅스’는 정부 요청으로 그가 지난해부터 맡은 인디밴드를 위한 음악창작시설이다. 음악을 뜻하는 ‘뮤직’과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대항해 용감히 싸운 프랑스 지하독립군을 가리키는 ‘레지스땅스’를 합해 그가 직접 작명한 ‘뮤지스땅스’는 옛 마포문화원 자리인 아현지하보도에 있다.

그는 2011년부터 원로가수와 인디밴드를 지원하는 사단법인 한국음악발전소를 이끌면서 생활이 어려운 원로 가수들의 생활비를 보조하고, 인디밴드들에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그의 활동이 뮤지스땅스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뮤지스땅스를 맡으면서 이제 정부 예산을 받아 본격적으로 인디밴드 지원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기쁨도 잠시였다.

그는 지난해 정부 예산 35억원을 확보해 뮤지스땅스 리모델링 작업에 매달렸다. 작업실부터 녹음실, 소규모 공연장까지 그의 손길이 안 미친 곳이 없다. 실력과 열정은 있지만 자본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젊은 음악인을 위한 공간이 마침내 마련됐다고 안도하는 순간 또 다른 문제가 터져 나왔다. 시작부터 운영 예산이 반 토막으로 깎인 것이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며 예상보다 늦게 문을 열었습니다. 개관이 늦어져 지난해 운영비로 책정된 예산 6억원 중 3억원이 남아 반환했더니 올해 예산이 3억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직접 겪고 나니 왜 지자체에서 연말마다 예산 소진을 위해 멀쩡한 아스팔트를 다시 까는지 알겠더라고요.”

이른바 ‘불용(不用) 예산’이 발생하자 정부가 안 쓴 만큼 불필요하다고 보고 예산을 삭감한 것이다.

그는 “올해 예산으로는 정말 인건비밖에 해결이 안된다. 이 상태로는 그냥 앉아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10원 한장 허투루 쓰지 않은 결과가 이렇다니 정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3억원으로는 음악감독과 사무실 직원, 시설 관리원 등 10명의 인건비와 전기료, 난방비 같은 기본 비용만 겨우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 자신은 무보수로 일한다.

예산에 발목이 잡혀 애초 계획한 자체 기획 공연이나 외부 강사를 초청한 강연 등은 모두 무기한 뒤로 미뤄졌다.

그는 요즘 예산을 관할하는 기획재정부부터 문화체육관광부, 마포구청까지 찾아다니며 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읍소하고 있다.

결국 그는 선배 가수인 서수남·김도향 씨에게 등 떠밀려 한국음악발전소 운영을 맡았을 때처럼 기부금 모금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 줄어들면서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최백호는 “케이팝, 한류라는 게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이다. 그럼에도 이 기회를 포기하기는 아깝지 않느냐”면서 “케이팝이 노래 부르고 춤춘다고 되지 않는다. 곡 쓰고, 편곡하고, 녹음하고 그런 친구들이 다 그 밑바닥에서 뒷받침돼야 그 위에서 노래하고 춤춰 지금의 케이팝 열풍을 지속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제 그런 친구들을 위한 장소가 마련됐으니 어느 정도 예산만 지원되면 이들이 재능을 펼치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대중음악계에서 이미 ‘대선배’로 자리 잡은 그가 이렇게 ‘아쉬운 소리’를 하기가 자존심 상하지는 않을까.

최백호는 “어차피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제 콘서트 티켓은 안팔아도 한국음악발전소가 기획한 공연 티켓은 뻔뻔하게 팔고 다닌다”면서 “이 일을 떠맡은 걸 한번도 후회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보수도 없는 봉사활동 격의 일에 그가 이처럼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자신도 음반을 내고 싶은 갈증 속에 애를 태우던 시절이 있다고 말했다.

“저도 젊었을 때 3년 정도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앨범을 내고 싶지만 내지를 못하고…. 지방에 있으니까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때의 저 같은 사람을 위해 (뮤지스땅스) 문을 열었으니 가수가 되고 싶지만 음반 낼 엄두조차 못내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그는 빠듯한 예산을 놓고도 새로운 계획 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뮤지스땅스가 꼭 인디밴드나 젊은 뮤지션에 국한하지 않고 어떤 장르의 음악인이든 찾아와 자기 집처럼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뮤지스땅스 이름을 내걸고 경연대회를 열어 ‘뮤지스땅스 경연대회 수상자 출신’이라고 하면 인정해주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올해도 그의 개인 무대를 보기는 어려울까.

그는 올 연말에 전국 순회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도 뮤지스땅스에 매달리기는 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예전부터 생각한 일을 하나씩 실행에 옮겨보려고 합니다. 일단 올 연말에 전국 순회 콘서트를 하자고 창식이 형(송창식)이랑 얘기했습니다. 이번에는 알리나 아이유같은 예쁜 후배 여자가수도 한명 끼워서 셋이서 할까 합니다.”

그는 수년 전부터 계획한 영화 ‘미사리’ 연출도 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사리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을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는 이미 오래전 완성됐다.

그의 새해 계획 이야기는 다시 뮤지스땅스로 귀결됐다. 그는 “올해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지 않을까 싶다. 내년 예산만 제대로 나오면 공연도 하고, 강연도 열고… 원래 계획대로 하나씩 실현하고 싶다”고 재차 말했다.

연합뉴스



 
최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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