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예산’과 ‘사람’이 빠져있는 아동학대 근절대책
[의정칼럼]‘예산’과 ‘사람’이 빠져있는 아동학대 근절대책
  • 경남일보
  • 승인 2015.02.04 17: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길선 (진주시의원)
얼마 전 인천 송도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아동폭력 사건은 충격이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또 보육시설 원장 출신으로서 어른의 손찌검에 맥없이 고꾸라지는 아이의 모습은 한 동안 뇌리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걷잡을 수 없는 국민들의 분노에 정부는 발 빠르게 대책을 쏟아냈다. CCTV 설치 의무화,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아동학대 발생 시 즉시 폐쇄, 학대교사 영구 퇴출 등의 대책이었다. 경찰은 어린이집을 전국적으로 전수조사를 하겠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이 크게 효과를 낼거라 기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무엇보다 발표된 정책이 이미 재탕, 삼탕이라는 점 때문이다. 보육교사와 어린이집에 대한 처벌은 2012년 특례법 개정으로 계속 강화되어 왔으며,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와 보육교사 자격 요건 강화 등의 대책도 복지부가 작년에 발표한 대책에 모두 포함된 내용들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책에도 아동학대 건수와 신고건수는 오히려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아동학대 근절을 다짐했던 것이 불과 작년 초였고 4대악 근절과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정부 대책 발표까지 있었지만 보육시설 아동폭력과 학대는 왜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을까. 정부의 대책에 도대체 무엇이 빠져 있는 것일까? 아마도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바로 ‘돈’과 ‘사람’이 빠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공립어린이집 확대와 보육교사 처우개선은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가뜩이나 무상보육, 무상급식 예산에 대한 논란으로 지자체들은 예산부족을 호소하는 마당에 과연 누가 이러한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대답이 없다.

결정적으로 모든 대책들에 ‘사람’이 빠져 있다. 이번 사태로 보육교사에 대한 온 국민의 신뢰가 흔들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99.9%의 보육교사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본분을 다하고 있기에 우리의 아이들이 무사히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2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육교사들은 하루 평균 9시간 이상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초과근무 수당을 정확하게 받는 비율은 39.9%밖에 되지 않았다. 또 휴식시간은 거의 없는 상태로 기본 운영시간인 12시간을 꼬박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상기 보고서에는 보육교사 월 평균 급여가 131만원이라고 되어있지만 지방은 더 열악하다. 작년 청주시에서 시내 811곳 전체를 다니며 전수 조사한 결과 월평균 급여는 불과 월 117만원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사건의 8할이 가정에서 벌어진다고 하니 자기 아이도 간수하기 힘들 정도로 팍팍한 때다. 이 같은 때에 강도 높은 노동과 낮은 처우를 감당하며 남의 아이들을 묵묵히 돌보고 있는 보육교사들에게 우리는 지금보다 무엇을 더 바라야 할까? 그리고 바라는 만큼 그들을 더 옭죄면 우리 아이들은 그 만큼 더 안전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예산’과 ‘사람’이 빠진 대책으로는 그 동안 그랬듯 해결은 없다고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