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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플러스 <111>거창 삼봉산눈에 뒤덮힌 고도 1254m 덕유산 첫머리 원봉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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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12  21: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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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대가 피어난 눈세상


‘설국 삼봉’ 삼봉산은 지리적으로 남북을 가로지르는 위치에 있어 겨울이면 북에서 찬기운의 삭풍이 몰아쳐 엄청난 눈이 쏟아진다. 겨울 내내 눈이 키높이까지 쌓이고 나무들은 상고대를 달고 산다. 터널을 이룬 상고대와 눈세상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부시고 화려하다.

전북 무주에서 거창으로 넘어오는 백두대간 상에 있으며 3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삼봉이다. 고도가 1254m에 달할 정도로 꽤 높은 산군에 속한다. 덕유산이 시작되는 첫머리에 있어 덕유 원봉으로 친다.

인근 뼈재라고 불리는 유명한 고개를 기준으로 전북과 경남이 갈라진다. 뼈재 우측이 삼봉산이고 좌측이 덕유산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덜 알려 져 있지만 산 꾼들에게는 백두대간 상에 있는 산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산행기준이 되는 뼈재는 예부터 전략적 요충지여서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뼈를 묻었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근자에는 발음 상 어감이 좋지 않아서였던지 한자 빼어날 수(秀)를 써 ‘수령’ ‘빼재’ 혹은 ‘신풍령’이라고 부른다.

이번 산행은 빼재를 통하지 않고 삼봉산 남쪽에 위치한 금봉암이라는 작은 암자를 기준으로, 거창군 고제면 용초마을에서 출발한다.

해발 980m의 높은 곳에 있는 이 암자는 빼어난 절경에다 재미있는 사연까지 있어 산 꾼들의 마음을 끈다. 벼랑 끝 노송과 어울려 있는 자체모습도 아름답지만 범종각 옆에서 산 위로 보이는 부부봉 석불바위 칼바위 투구봉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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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용초마을 생명두레 문화교육원→쌍봉광업소갈림길→샘터주차장→금봉암→칼바위협곡→백두대간 능선(호절골재)→삼봉산→소사재 갈림길→하산→고랭지채소밭→소사마을. 8km에 휴식포함 5시간 30분 소요.

▲산행은 오전 9시 30분 고제면 용초마을에서 출발했다. 폐교를 활용해 쓰고 있는 문화교육원 마당에 주차하고 용초길을 따라 오르면 느티나무 정자가 나오고 곧이어 마을회관이다.

전날 도시에는 비가 내렸지만 용초마을에는 눈이 내렸다. 눈에 묻힌 가옥들이 김장배추에 소금 저린 듯 고요했다.

동구밖 마실길에 나서다 등산복차림의 취재팀과 마주친 할머니는 걱정스럽다는 듯 “왜 하필 이 추운 날에 산에 갈꼬” 그랬다. 시골 할머니의 인정이 느껴지는 말투였다.

마을 뒷길 주변은 밭 천지다. 개울가 언덕바지를 개간해 고랭지 배추를 심었는데 가격이 맞지 않았던지 수확을 포기한 배추가 눈 속에서 얼고 있었다.

쌍봉광업소 갈림길에서 직진해 10여분정도 더 오름짓 하면 주차장이 있는 공터. 거기에 동양건설에서 만들어 기증한 샘이 있다. 이정표는 정상까지 2.5km를 가리킨다.

시멘트도로는 금봉암이 있는 산의 8부 능선까지 꼬불꼬불 이어진다. 재미도 없거니와 전망도 시시하다. 주변에 수목이라도 없었다면, 또 눈이 내린 길이 아니었다면 꽤 실망할 그저 그런 길이다.

오전 10시 50분, 금봉암은 바위벼랑 뒤에 숨은 듯 앉아 있다. 모롱이를 따라 들어가면 범종각이 보이고 오른쪽이 금봉암이다.

이 암자는 아주 오래 전 사찰이 있었으나 파손된 채 방치되다 200여년 전 해인사 여신도 청송심씨부인이 재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다. 심씨부인이 이곳에서 100일 기도를 하던 중 태양빛을 받은 금빛새가 기도처에 앉았다가 날아가는 것을 기이하게 여겨 한자 새금(禽)과 새봉(鳳)자를 써 금봉암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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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봉암 풍경


안내판엔 백두대간 덕유산을 빌어 상서로운 기운이 한데 모인 길지로 소개하고 있다. 암자 입구에서 만난 약사여래상은 규모는 크지만 산세와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인데 무려 2000여명의 신도가 시주한 것으로 돼 있다.

시멘트도로에서 가졌던 실망감은 금봉암에서 산길로 접어들면서 사그라진다.

등산로가 눈에 덮여 힘이 들뿐 아니라 길 찾기가 쉽지 않으나 백두대간의 능선에 올라선다는 기대 때문이다.

등산로는 협곡의 급경사에다 성근바위가 앞을 막아서며 발보다 얼굴을 먼저 보자한다. 그럴 때면 숨이 턱턱 막힌다.

양옆으로는 거대한 바위들이 우뚝우뚝 서 있다. 이 바위군들은 큰 띠를 이뤄 대간의 능선까지 이어진다. 안내판이 없어 여러 바위 중 어느 것이 칼바위인지 이름 있는 바위인지 알수 없어 아쉽다.

끊어질듯 하다가도 다시 이어지는 등산로를 용케 찾아내며 요리조리 계곡을 오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전 11시 50분, 드디어 호절골재 백두대간 상에 올라선다. 금봉암에서 700m를 올라온 지점으로 이정표는 좌측 빼재 3.6km, 삼봉산 600m를 가리킨다. 빼재 방향은 된새미기재, 수정봉으로 이어진다.

백두대간 능선에는 차원이 다른 북풍설이 몰아친다. 눈이 키 높이까지 지층처럼 켜켜이 쌓인 동토의 세계, 상고대가 거대한 터널을 이루고 등로는 러셀을 해야할만큼 푹푹 빠진다.

눈을 이고 있는 소나무 잣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 같고, 잡목에 달라붙은 상고대는 바다 속 산호초를 닮았다. 설국의 하얀 세상. 센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며 휘파람소리를 낸다.

낮 12시 20분, 이번엔 삼봉산 정상이다. 정상석은 거창군에서 세운 것으로 화강암에다 거창특산물 사과를 형상화해 놓았다.

구름 속 멀리 희미하게 덕유산이 다가온다. 구름에 반을 접어줘도 풍광이 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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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을 넘어져야 내려올 수 있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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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재까지는 1km를 더 가야한다. 소사재 대간 길도 만만치가 않다. 눈이 무릎까지 빠지고 산봉우리 2∼3개를 더 넘어야한다. 칼날같은 암릉에는 강한 바람이 불어와 몸이 휘청거린다. 하산길이다고 방심할 수 없다.

도마치로 불리는 소사재에 도착한다. 백두대간은 소사마을 방향으로 떨어졌다가 맞은편 초점산으로 다시 고도를 높인다. 취재팀의 하산 길과 같다.

취재팀은 강한 바람과 쌓인 눈으로 인해 도무지 휴식 공간을 찾지 못해 하는 수 없이 소사재에서 하산을 재촉했다.

하산 길은 그냥 낭떠러지다. 등산로 곳곳에 로프가 설치돼 있으나 이에 의지해도 서너번은 나동그라진다. 어쩌다가 엉덩이를 깔고 미끄럼을 타기라도 하면 제어가 안 돼 길 밖으로 나가떨어진다. 이러나 저러나 굴러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오후 1시, 하산길 중간에서 작은 공간을 찾아 잠깐 휴식했으나 추위로 몸이 사시나무 떨 듯 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를 털었다.

전쟁터 같은 산을 빠져나오면 광활한 밭이다. 축구장 서너개 크기의 고랭지 채소밭으로 지금은 빈들에 눈만 쌓여 있다. 대간 길은 1089번 도로 건너 맞은편 초점산으로 고도를 높인다. 초점산기슭에도 밭을 개간해 멀리서 보면 스키슬로프 같은 느낌이다.

오후 3시, 날머리 도로와 소사마을에 닿으면 산행이 끝난다. 소사마을은 ‘바람도 머물고 싶은 곳’이라고 소개해놓고 있다.

추위와 바람, 급경사에 낭떠러지, 올 겨울 산행 중 가장 힘든 산행이었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상고대와 눈이 지천인 설국의 대간 길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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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덮인 삼봉산∼소사재구간. 북풍설이 몰아치면 몸이 휘청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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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산 실루엣과 고랭지 채소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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