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가다]택배전쟁 진주우편집중국
[현장에 가다]택배전쟁 진주우편집중국
  • 정희성
  • 승인 2015.02.11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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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택배물량 평소 3배…하루 3만개 쏟아져
설을 앞둔 진주우편집중국은 말 그대로 ‘택배물과의 전쟁’이다. 2월 들어 하루 3만개 이상의 택배물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평소보다 3배 정도 많은 물량.

11일 오후 6시, 택배물과 한판 승부를 펼치고 있는 진주우편집중국을 찾았다.

2000평이 넘는 큼직한 물류창고는 곶감, 사과, 멸치 등 설선물로 가득 찼고, 그 사이로 80여명의 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의 임무는 오후 6시~10시까지 4시간 동안 진주를 비롯해 산청, 함양, 하동, 사천, 하동, 남해 등 도내 9개 시·군에서 보내온 택배물을 분류해 대전교환센터 등으로 다시 보내는 일이다. 정봉순 물류총괄과장은 “이 시간대가 가장 바쁜 시간”이라고 귀띔했다.

30분쯤 지났을까. 설 선물 택배상자를 옮기던 알바생들이 하나 둘 입고 있던 점퍼를 벗기 시작했다. 제법 쌀쌀한 날씨지만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일부는 수건을 목에 걸고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았다. 앳된 얼굴의 알바생들은 말이 없었다.

택배물을 가득 실은 차량은 쉬지 않고 들어왔다. 이동식 컨베이어 벨트도 덩달아 바빠졌다. 화물차의 문이 열리자 설 선물용 택배물이 빼곡했다.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하차 작업은 계속됐다. 10t가량의 화물차에 있던 택배물이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허리를 한 번 쭉 펴며 힘을 내던 알바생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띠리띠리, 띠리~~링”하고 후진 경보음을 요란하게 내며 옆 칸에 또 하나의 화물차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이동합시다.” 직원의 한마디에 컨베이어 벨트가 옆 화물차량으로 옮겨졌고, 또다시 힘겨운 싸움이 시작됐다.

인터넷에선 택배 상·하차 알바를 일명 ‘지옥의 알바’라 부른다. 새삼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1시간이 지나자 몇 몇 알바생은 아예 반팔차림으로 작업을 이어갔다. 물류창고는 정신 없이 오가는 택배물로 한순간도 방심을 할 수 없었다.

정봉순 물류총괄과장은 “한눈 팔면 다칠 수 있다. 온몸에 눈이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과 알바생들은 8시부터 20분간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알바생들의 얼굴에 2시간 만에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일부는 만사가 귀찮은 듯 땅만 바라봤다.

그리고 또다시 시작된 전쟁. 한 시간 전 “할 만하다”고 말한 알바생은 “솔직히 집에 가고 싶다. 하지만 설 선물을 받고 기뻐할 사람들을 생각하니 나름 보람도 있다”고 전했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택배물 때문에 민폐가 될까봐 더 이상 인터뷰 하기가 곤란했다.

창문 너머로 밖을 보니 대형화물차 몇 대가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저 차에는 얼마만큼의 택배물이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그렇게 4시간이 흘렀다.

정봉순 물류총괄과장은 “120여명의 직원들과 알바생들이 거의 24시간 교대로 일을 하고 있다. 정이 듬뿍 담긴 선물을 파손 없이 안전하게 배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즐거운 설 명절 보내길 바란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정희성기자·김영훈·김귀현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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