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미(三寒四微)
삼한사미(三寒四微)
  • 경남일보
  • 승인 2015.02.1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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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시인· 삼현여중 교사)
박종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겨울철 날씨의 특징을 대변해 주는 말이 삼한사온(三寒四溫)이었다. 그런데 요즘 겨울 날씨에 걸맞은 신조어가 생겨났다. 바로 삼한사미(三寒四微)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로 뿌옇게 흐려진다는 말이다. 이 용어가 생긴 원인은 미세먼지 때문이다. 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장 매연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 속에는 알루미늄, 구리, 카드뮴, 납 등 중금속이 다량 포함돼 있어 폐와 심장,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면역기능도 떨어뜨린다고 한다. 이처럼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함에도 우리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거나 대책을 세우고 있지 않아 참으로 안타깝다.

1년 전, 일본 기타큐슈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교실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낀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건강을 지키려는 대책을 세우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미세먼지의 위험성보다 성적과 입시에 대한 관심이 더 높기 때문에 청소년의 폐가 망가지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며칠 전, TV에서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폐를 비교해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다. 맑고 깨끗해야 할 비흡연자의 폐가 군데군데 물결무늬로 까맣게 얼룩져 있었는데, 미세먼지 때문이란 전문가의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그린피스와 베이징대 연구진의 조사결과를 인용 보도했는데,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인구 10만명당 70명인데 비해 스모그로 인한 사망은 90명이나 된다며 ‘스모그(미세먼지)가 흡연보다 더 위험한 살인자’라며 중국 정부에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이제 미세먼지 제조국인 중국만 탓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도로를 꽉 메운 자동차들 또한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주범임에 틀림없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중국발 스모그를 줄일 수 있도록 중국 정부와 함께 대책마련에 힘써야 하고, 민방위훈련 때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교육과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출퇴근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미세먼지의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미세먼지로 오염된 ‘삼한사미’ 대신 파란 하늘이 도시 언저리까지 내려오는 ‘삼한사온’이 겨울의 주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종현 (시인· 삼현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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